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망자가 발생하고 3차 감염이 확인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2일 전국이 메르스 공포에 빠져들었다. 시민들은 불안감을 덜기 위해 마스크, 손 세정제 등 개인위생용품 구매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쇼핑몰에는 얄팍한 상술이 넘쳐나 대중의 불안감만 더욱 키우고 있다.
이날 옥션, 11번가 등 각종 온라인 마켓에선 정체불명의 메르스 예방 상품이 판을 쳤다. 중소제약회사인 S사는 아연, 비타민E 등이 포함된 일반 영양제를 두고 ‘메르스에 대한 면역력을 길러준다’며 소비자를 현혹했다. 다른 회사가 판매하는 한방차는 도라지를 원료로 만든 평소 누구나 마시는 일반적인 차 종류였지만 메르스 예방에 좋다는 문구로 포장됐다. 1만2500원에 판매되고 있는 목걸이형 ‘휴대용 바이러스 차단기’는 바이러스나 알레르기 물질을 제거해준다고 적혀 있었지만 이를 검증할 만한 근거는 어디에도 소개하지 않고 있다.
16만원 정도에 팔고 있는 다용도 자외선 살균기의 경우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코로나 바이러스는 물론, 메르스까지 예방할 수 있다’고 쓰여 있지만 침구류와 어린이 용품 등에 있는 진드기를 없애거나 세균을 살균하는 게 주 기능이다. 이외에도 액상형 살균제나 가정용 미세먼지 측정기, 온도계 등 메르스와 다소 동떨어져 보이는 제품 판매자들도 과장된 홍보 문구로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었다.
대중의 불안감은 개인위생용품 판매 급증으로 이어졌다. 마스크와 손 세정제, 손 소독제 등이 온라인 마켓을 중심으로 불티나게 팔렸다. 의료용인 N95마스크는 대부분 품절됐다. N95마스크는 보건 당국이 메르스 환자를 접촉하는 의료진에게 착용하도록 권고하고 있어 판매량이 급증했다.
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30∼31일 마스크 판매량은 1주일 전(23∼24일)에 비해 709% 늘어났고 손 세정제 판매량은 147%, 칫솔 살균기는 71%, 유아용 소독·살균용품은 54% 증가했다.
G마켓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지난달 20일부터 지난 1일까지 손 소독제 판매량이 214%, 마스크가 140%, 유아용 손 소독제가 89%, 유아용 체온계가 12%씩 늘었다고 밝혔다. G마켓 관계자는 “일교차가 큰 데다 최근 메르스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관련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몰리는 번화가와 환자 발생 지역을 중심으로 관련 용품 판매가 늘었고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날 오후 서울 명동을 찾은 표모(21·여)씨는 “경기도 구리에서 왔는데 사람이 많은 곳에 나오려니 걱정돼 마스크를 착용했다”며 “직장이나 친구들, 언론에서 모두 메르스 얘기만 해서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고 말했다. 명동의 한 약국 관계자는 “N95마스크는 도매상에서부터 품절이라 팔고 싶어도 못 판다”며 “마스크를 구매하려는 사람이 확실히 늘었고 관련 문의도 자주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건 당국은 의료진이 아닌 일반인의 경우 일반 마스크로도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2009년 신종플루 때와 마찬가지로 일반 국민은 일반 마스크 착용으로 충분하다”며 “손을 자주 씻고 기침 에티켓을 지키면 된다”고 말했다.
김미나 최예슬 홍석호 기자
min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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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03 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