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산 비상] 초기대응 오판이 최악 시나리오 만들었다
입력 2015-06-03 02:29
보건 당국은 당초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전염력이 약하고 공기로 전파되지 않아 3차 감염 가능성이 낮으며 또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첫 환자에게서 2차 감염자 22명이 발생했고, 우려했던 3차 감염자마저 2명이나 나왔다. 이 중 2명은 끝내 목숨을 잃었다.
3차 감염자와 사망자는 모두 보건 당국의 감시 테두리에서 벗어나 있다가 뒤늦게 격리관찰 대상에 포함됐지만 이미 상황은 커져 버린 뒤였다. 결국 보건 당국의 ‘초기 대응 오판’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불러온 것이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1일 숨진 뒤 2일 오전 메르스 감염자로 확진된 Z씨(57·여)는 지난달 11∼18일 첫 환자 A씨(68)가 입원해 있던 경기도 B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15∼17일 A씨와 접촉이 이뤄져 감염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Z씨는 A씨와 B병원의 같은 층(병동)에 입원해 있었지만 병실이 달랐다.
보건 당국은 지난달 20일 A씨를 확진한 뒤 추가 격리 대상자로 같은 병실 환자와 가족, 의료진으로만 국한했다. 감염병 방역의 기본인 ‘초동 방역’에 결정적 과오를 범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메르스 대응 지침인 ‘2m 이내 밀접 접촉자’에 집착해 감시 대상자를 너무 좁게 설정했다. Z씨는 25일 다른 병원으로 옮겨가는 도중 갑자기 호흡곤란이 왔고 급히 들른 E병원 응급실에서 생명유지 치료를 받다 1일 결국 사망했다.
보건 당국은 Z씨 소재에 대해 전혀 몰랐다가 6일이나 지난 지난달 31일에야 발견하고 병원 측에 통보했다. 병원 측은 부랴부랴 격리에 나섰지만 응급실 등에서 다른 환자에게 얼마나 병을 옮겼을지는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초기 대처 미흡’이 줄줄이 ‘늑장 대응’으로 이어진 것이다.
6번째 환자였던 다른 사망자 F씨(71)도 비슷하다. 역시 첫 환자인 A씨와 지난달 15∼17일 B병원 같은 층에 입원해 있었지만 병실이 달랐다는 이유로 처음에는 ‘감시 예외자’였다. 지난달 28일에야 확진됐고 국가지정격리병상으로 옮겨 치료받다 2일 숨졌다. F씨가 비록 고령에 만성질환자로 고위험군이긴 했지만 조금만 빨리 당국의 관리 아래에서 치료받았다면 상황은 달랐을 수 있다.
3차 감염자 2명에게 바이러스를 유포한 것으로 지목된 P씨(40)도 지난달 15∼17일 B병원에서 첫 환자 A씨로부터 감염된 뒤 F병원으로 옮겼다가 같은 병실에 입원해 있던 2명에게 병을 옮겼다. 2차 감염자가 또 다른 이들에게 병을 옮기는 ‘3차 감염’의 숙주가 된 것이다.
P씨도 보건 당국의 초기 격리관찰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다. Z·F씨와 마찬가지 이유였다. A씨와 같은 층에 있었지만 병실이 다르다는 이유로 당국의 통제망에서 벗어나 병원을 두 곳을 옮겨 다니며 면역력이 약한 다른 환자들과 잇따라 접촉했다. 3차, 4차 감염자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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