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산 비상] 사스땐 총리 전면에 나서 진두지휘… 지금은 컨트롤타워 없어 우왕좌왕

입력 2015-06-03 02:16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오른쪽)이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메르스와 관련해 열린 긴급 관계부처 장관회의에 참석,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왼쪽은 굳은 표정으로 입을 꽉 다물고 있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서영희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국민들을 공포로 몰고 가고 있지만, 예방과 확산방지를 책임질 정부의 컨트롤타워가 없는 실정이다. 1차 책임기관인 보건복지부와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잇단 오판으로 불신만 심고 있다.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첫 환자가 발생한 지 13일 만인 2일에서야 긴급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지난 1일 박근혜 대통령이 총력대응을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과거 사스(SARS)와 신종플루(H1N1) 등 신종 전염병이 창궐했을 때 정부 대응을 지휘했던 건 모두 국무총리였다. 장기화된 ‘총리 공백’ 사태가 메르스 대응을 늦추고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2003년 사스가 국내에 유입됐을 때 고건 당시 총리는 전면에서 대응체계를 지휘했다. 중국에서 사스가 유행하자 4월 23일 먼저 긴급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었다. 국내에 감염 추정환자가 발생한 4월 28일엔 긴급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어 방역체계를 점검하고 긴급 예산투입 및 인력배치를 논의했다. 같은 날 대국민 담화문도 냈다. 그는 담화문에서 정부의 검역·격리치료 대책과 향후 대책 강화 방향을 상세하게 밝혔다. 국무조정실 산하엔 범정부 단계의 ‘사스 정부종합상황실’이 설치됐다. 인천공항 방역 현장을 직접 점검하고, 대한병원협회·대한의사협회 등 민간의료 단체와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그 덕분에 우리나라는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사스 예방 모범국이란 평가를 받았다.

또 한번의 위기는 2009년 신종플루 창궐로 찾아왔다. 공교롭게도 사스 추정환자가 발생한 날과 같은 4월 28일 신종플루 추정환자가 발생했다. 이후 8월 19일까지 무려 2417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정부는 고위험군에 대한 무조건적인 항바이러스 처방지침을 내린 뒤 환자집계를 중단했다. 11월 초에는 무려 하루 10만명분 이상 항바이러스제가 처방될 정도였다.

이때는 한승수 총리가 정운찬 총리로 교체되던 시기다. 추정 환자가 발생한 당일 보건복지가족부(현 보건복지부)에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가 설치됐다. 국무총리실은 관계부처 일일상황 점검 체계를 즉시 구축했다. 이틀 뒤부터 관계부처 장관회의가 잇따라 소집됐다. 한 전 총리는 5월 22일 아소 다로 일본 총리와 회담을 갖고 신종플루 확산 방지를 위한 국제 공조에 합의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정 전 총리는 당시 행정안전부·교육과학기술부·보건복지가족부 장관과 공동 명의의 대국민 담화문을 내고 국민 동요를 잠재우려 노력했다. 당시 담화문에는 “정부가 가진 역량을 총동원해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국민을 보호하겠다”며 정부 정책을 알리고 전염병 예방 행동요령을 소개했다.

‘책임 총리’를 강조한 현 정부는 세월호 참사 이후 총리 산하에 국민안전처를 두고 총리로 하여금 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도록 했다. 하지만 돌발적인 총리 공백 사태 탓에 우왕좌왕하고 있다. 발병 초기의 잇단 오판은 늑장대응을 불렀다. 지난달 20일 첫 환자 발생 이후 거의 2주가 다 돼서야 관계부처 장관회의가 소집됐다. 그 사이 사망자와 3차 감염자까지 나왔다. 격리 대상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모양새다.

기획재정부 장관인 최 직무대행이 메르스 대책까지 관장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메르스에 대한 국가 재난 단계를 여전히 ‘주의’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신종플루 당시에는 한 단계 위인 ‘경계’는 물론 ‘심각’ 상태까지 격상되면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까지 편성됐다.

강준구 조성은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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