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成 리스트 수사, 면죄부 주는 절차로 들어선 건가

입력 2015-06-03 00:45
검찰 특별수사팀이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여권 인사 6명에게 발송한 서면질의서 내용이 맹탕 수준이어서 면죄부를 주기 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질의서는 리스트 8인 중 이완구 전 총리, 홍준표 경남지사를 제외하고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 김기춘·허태열·이병기 전·현직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지난달 29일 발송됐다. 서면질의서는 통상 범죄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부족할 때 당사자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보낸다. 수사 종료를 눈앞에 두고 불기소 처분을 하기 위해 취하는 형식적 절차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검찰은 출구 전략이 아니라고 부인한다. 전략적 차원의 수사 기법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질의서 내용이 기초적인 사실관계만 확인하는 수준이라서 검찰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의 관계, 2012년 대선 당시 직책과 역할 등 기본적인 질문이 질의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한다. 구체적인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리스트에 이름이 있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성 전 회장의 메모에 적힌 돈을 받은 사실이 있나’ 등의 질문도 포함됐다고 한다. 거의 하나마나한 질문으로 해명성 답변이 가능하다.

바보가 아닌 이상 금품을 받았다고 스스로 고백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런 부실 질의서로 무슨 의혹을 규명하겠다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함께 보낸 자료요청서도 제출할 자료가 있으면 제출해 달라는 취지라고 하니 검찰의 수사 의지에 의구심이 든다. 금융 계좌 내역 등 구체적인 자료를 요구하는 게 수사의 기본 아닌가. 당연히 계좌 추적도 해야 하는데 그런 움직임마저 없다.

아울러 검찰은 2012년 대선 당시 성 전 회장으로부터 2억원을 받은 혐의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부대변인 출신의 김모씨를 나흘 연속 불러 조사한 뒤 2일 새벽 귀가시켰다. 그런데 문제의 돈이 대선자금이 아닌 개인비리 형태의 금품수수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한다니 맥이 빠진다. 이대로 종결되면 부실 수사, 꼬리 자르기 수사라는 비난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검찰이 불법 대선자금의 실체를 파헤치지 않고 유야무야 넘어간다면 결국에는 특검이 나설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