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공포’가 현실화되고 있다. 감염 환자 가운데 사망자가 잇따라 나왔고 2일 3차 감염자도 처음으로 발생함에 따라 대대적인 유행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는 ‘전염성이 낮다’ ‘3차 감염 희박하다’는 당국의 주장과 완전히 배치된 결과다. 정부의 안이하고 무능한 방역 대책을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당국의 방역망이 얼마나 엉망인지는 1일 사망한 환자를 보면 적나라하게 알 수 있다. 이날 숨진 메르스 환자 S씨(58·여)는 증상이 나타난 지난달 25일부터 6일 동안이나 보건 당국의 통제와 치료를 받지 못했다. 당국은 그간 이 환자의 행적을 추적해 왔지만 숨지기 전날 오후 8시까지 어디 있는지조차 알아내지 못했다. 당국이 S씨를 발견하지 못한 사이 그는 자신이 메르스 환자인지도 모르는 병원에서 투병하다 1일 오후 숨졌다. 3차 감염자 발생은 더욱 문제다. 3차 감염이란 최초 환자와 직접 접촉한 2차 감염자가 재차 바이러스를 옮기는 경우를 말한다. 메르스가 3차 감염을 일으킬 정도로 강한 전염력을 가졌다는 얘기다. 이제 급속한 지역적 확산은 시간문제라는 뜻도 된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되고 있는데도 당국의 대처는 안이하기 그지없다. 메르스 발생 지역과 환자가 머문 병원 이름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미공개에 대한 우려는 근거 없다”며 의료진에게만 진료 목적으로 공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병원 명단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이런 비공개 방침은 오히려 혼란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 각종 유언비어를 차단하고 해당 지역 사회가 적극적으로 확산 방지 및 감염 예방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발병 지역과 병원을 공개해야 한다. 방역당국은 공개했을 경우 일시적인 혼란과 격리인원 급증에 따른 대처능력 부족을 우려할 수도 있겠으나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력을 얻자면 그 방법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한국인 확진자가 건너갔던 홍콩은 우리 정부에 병원 명단 공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해 메르스와 에볼라 환자가 발생하자마자 환자의 이름과 병원을 즉각 공개하는 강공 카드를 꺼내들었다. 발 빠른 초동대응으로 시민들의 불안을 잠재우는 한편 민·관 협력으로 방역에도 성공했다.
우리도 대유행을 막기 위해 철저한 공개 원칙으로 시민 협력을 이끌어야 한다. 정부가 믿음직한 모습을 보일 때 국민들도 이에 적극 협조할 것임은 자명하다. 증세를 보이거나 개연성이 있는 사람들이 공익을 위해 자진 신고하고 스스로 격리 처분을 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 민·관이 쌓은 높디높은 공중보건 시스템에 결국 메르스도 무릎을 꿇을 것이다.
[사설] 정보공개·민관협력 통해 3차 감염 확산 막아야
입력 2015-06-03 0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