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하락과 불황형 흑자의 영향으로 경상수지가 사상 최장기간인 38개월째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게다가 유가 하락 등 수출가격 변화를 제외한 수출물량 증가율도 일본에 역전당해 한국 수출 경쟁력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4월 국제수지 잠정치’에서 경상수지 흑자는 81억357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71억6310만 달러)보다 13.7% 늘었다고 2일 밝혔다. 이로써 경상수지는 2012년 3월부터 38개월째 흑자를 내고 있다. 이는 1986년 6월부터 89년 7월까지 이어졌던 최장 흑자기간과 같다.
최근 경상수지 흑자는 수출 감소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 발생하는 ‘불황형 흑자’로 인해 나타나고 있다. 4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2% 줄었지만 수입은 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17.9% 감소로 감소폭이 컸다. 상품수지 흑자는 3월 112억5000만 달러에서 4월 125억6000만 달러로 커져 월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유가 하락 상황을 보여주듯 소비자물가는 6개월째 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0.5% 오르는 데 그쳤다.
문제는 유가 등 가격변수를 제외한 물량 기준 수출 증가율조차 힘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과 산업통상자원부, 일본 재무성의 자료를 종합하면 일본의 1분기 수출물량지수(2010년 100 기준)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8% 증가해 한국의 증가율(2.8%)을 앞섰다. 한국의 수출물량지수 증가율은 2012∼2014년 매년 4%대 이상을 유지해 왔지만 일본 수출물량지수는 2012년과 2013년 각각 4.8%, 1.5%의 감소세를 기록하다가 지난해 비로소 0.6% 증가했다.
수출물량지수는 수출금액지수를 해당 기간의 수출물가지수로 나눈 수치로, 국제유가 하락과 같은 수출단가 변화의 효과를 제외한 실물교역량의 변동 추이를 분석하는 데 쓰인다. 한국 수출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반면, 일본은 엔저와 경기확장책인 ‘아베노믹스’를 밀어붙이면서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세욱 조민영 기자 swkoh@kmib.co.kr
경상수지 ‘불황형 흑자’ 38개월째 지속
입력 2015-06-03 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