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성병에… 울산 배 농가 울상

입력 2015-06-03 02:47
“수확할 배가 다 병들었어요”

국내 최대 배 주산지인 울산 배 재배농가들이 올해 착과불량과 흑성병 때문에 애를 태우고 있다.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에서 배 과수원을 운영하는 권모(64)씨는 2일 “지난해 가을 수확 이후 좋은 배를 생산하려고 온갖 정성을 기울였는데 올해 착과불량과 흑성병으로 1년 농사가 허사가 되니 너무 허망하다”고 말했다.

흑성병(黑星病:검은별무늬병)은 올해 3∼4월 전후 배꽃이 피는 시기에 비가 잦은 데다 약제를 제때 뿌리지 않아 배 과실에 곰팡이가 침투하면서 지난달 초 처음 발생한 것으로 울주군은 파악하고 있다. 울산에서 흑성병은 3년만에 다시 나타났다. 흑성병에 걸린 배는 껍질에 검은색의 별 같은 무늬가 계속 번지며 자라지 않고 겉이 검게 변해 상품 가치를 잃는다. 울산지역의 배 재배면적은 975만㎡다. 이중 이번 흑성병은 서생면과 온양읍 등 지역별로 피해 편차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 울산지역은 배꽃이 피는 시기인 지난 4월1∼20일 사이에 무려 15일간 비가 내린데다 낮은 기온이 계속되면서 착과 불량 등 저온피해까지 겹쳐 피해가 심각했다.

서생면에서 배 농사를 하는 김성지(73)씨는 “보통 한 나무에 정상과를 200개 정도 달아놓는데, 올해는 나무에 달려 있는 열매를 다 합쳐도 30개도 안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때문에 올해 울산배 수출에도 비상이 걸렸다. 울주군은 지난해 700t(22억원 상당)을 수출했다. 2012년 흑성병 발생 당시에는 수출목표 800t(26억원 상당)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44t(12억9700만원 상당) 수출에 그쳤다.

울주군은 병충해의 근원지로 추정되는 폐과수원의 배나무를 벌목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울산=조원일 기자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