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혁신 빠진 KBS의 수신료 인상 주장 설득력 약하다

입력 2015-06-03 00:45
TV 수신료 인상 문제는 우리 사회의 해묵은 미제 가운데 하나다. 수신료 인상안은 2007년과 2011년 국회에 상정됐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고, 세 번째 인상안이 지난해 국회에 상정돼 계류 중이다. 35년째 동결된 수신료는 연 3만원으로 독일(28만원) 영국(24만원) 등 선진국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임에는 틀림없다.

조대현 KBS 사장이 1일 기자회견에서 수신료 인상 필요성을 거듭 역설했다. 월 2500원인 수신료를 4000원으로 인상해주면 연간 광고 수입을 2000억원가량 줄이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명분은 공공성 강화지만 손 안 대고 코 풀려는 심산이다. 수신료가 4000원으로 인상되면 KBS 수입은 연간 3900억원 느는 데 비해 줄어드는 수입은 그 절반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2011년 -651억원, 2012년 -380억원, 2013년 -274억원, 2014년 -455억원 등 2011년 이후 계속되고 있는 영업적자를 손쉬운 수신료 인상으로 메우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수신료 비중이 각각 96%, 74%에 이르는 일본 NHK와 영국 BBC와 비교해 38.9%(지난해)에 불과한 KBS의 재원구조를 볼 때 수신료 인상 필요성은 어느 정도 인정된다 하겠다. 그럼에도 수신료 인상 시도가 번번이 좌절된 것은 KBS가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해서다.

지난해 감사원 감사 결과 KBS를 세간에선 ‘신의 직장’이라고 했다. 직원 절반이 억대 연봉자인 데다 적자를 기록해도 특별성과급을 지급하고, 장기 휴가자와 해외 연수자들에게까지 휴가보상수당을 챙겨주는 등 불요불급한 곳에 돈을 펑펑 쓰면서 재원이 부족하다는 건 전혀 설득력이 없다. KBS는 수신료 인상을 요구하기에 앞서 정권의 성격에 따라 바뀌는 보도 행태 등 편파성 시비를 극복하고, 방만한 경영을 개선하는 게 순서다. 그러면 국민이 먼저 수신료를 올리자고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