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구법회] 초교생에 어려운 한자 가르치는 방침 재고돼야

입력 2015-06-03 00:10

교육부가 2018년부터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한글과 병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현행 중·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한자 1800자 중에서 초등학교 3학년 이상 사회, 도덕 등 교과서에 400∼500개의 한자를 병기함으로써 한자 조기교육을 하겠다는 것이다. 교사 대상 설문조사에서는 66%가 이를 반대했고, 일반인 여론조사(KBS)에서는 53.1%가 한자병기 교육을 반대했다. 전국 시·도교육감들도 반대했다. 그런데 교육부는 모호한 여론조사 결과를 앞세워 공청회도 거치지 않고 이를 추진해 한글 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초등학교 한자교육 추진은 한자교육 단체를 중심으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시도해 왔으나 실패했다. 득보다 실이 많기 때문이다. 초등 교과서에 병기하여 가르치겠다는 기초한자 교육은 오히려 경제성이 떨어진다. 예를 들면 ‘학교, 사회, 교통, 친구, 책상, 냉장고, 청소기’와 같은 단어는 이미 한글로 개념화된 말들이어서 한자로 가르쳐 이해시키려는 것은 시간 경제에서 뒤진다.

더 어려운 개념어도 마찬가지다. ‘삼각형, 분수, 소수, 도형, 용액, 전기회로’와 같은 교과 용어들이 한자어이지만 한자를 안다고 해서 그 뜻과 개념을 완전히 파악하지는 못한다. 결국은 자세한 설명이나 이를 이해시키는 수업과정이 필요하다. 한자를 가르치는 시간에 그 개념을 이해시키는 교육을 하는 것이 더 빠르고 경제적이다.

초등학교에 한자를 없애고 한글 교과서로 교육한 지 45년이 지났다. 이 교과서로 공부한 성인들이 한자를 몰라서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일은 없다. 중학교부터 한자 교육을 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 45년 동안 입증된 것이다.

초등학교에서 한자 교육을 하면 안 되는 이유는 첫째, 공부해야 할 지식의 양이 폭주하는 상황에서 어린이들에게 한자의 짐을 지우는 일은 시대 흐름을 거스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한자 사교육이 극성을 부리게 되고 그 부담이 학부모들에게 돌아가게 된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한자 조기교육 방침을 철회하고 현행 한글 정책에 따른 올바른 교육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구법회 한글학회 평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