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쭉의 3대 명산, 소백산 품은 충북 단양 관광

입력 2015-06-04 02:22
소백산에 철쭉이 만개했다. 매년 이맘때면 해발 1000m가 넘는 소백산 능선이 분홍색 철쭉으로 덮인다. 멀리 소백산천문대 옆에서 떠오르는 아침 해가 철쭉꽃을 더욱 빛나게 한다.
연화봉에서 바라본 소백산천문대.
단양팔경의 제1경으로 꼽히는 도담삼봉.
도담삼봉에서 상류쪽으로 300여m 떨어진 제2경 석문.
양방산에서 내려다 본 단양 읍내.
진달래가 ‘봄의 전령’이라면 철쭉은 봄의 정점에서 활짝 꽃망울을 터뜨린다. 아름다운 선홍빛 철쭉의 유혹은 무엇보다 강렬하다. 우리나라 철쭉은 5월 초부터 남녘에서 피기 시작한 다음 북상해 5월 말∼6월 초에 전국 산하를 붉게 물들인다.

‘붉디 붉은 바위 끝에/잡고 온 암소를 놓아두고/나를 부끄러워 아니 한다면/저 꽃을 바치겠나이다.’

절벽 위에 피어 있는 꽃을 탐냈던 수로부인(신라 선덕왕 때 순정공의 처)에게 신비한 노인이 꽃을 바치며 불렀다는 ‘헌화가’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꽃이 철쭉이다.

철쭉은 ‘사랑의 즐거움’이란 꽃말을 가진 예쁜 꽃이다. ‘멀리 떠난 서방님을 기다리는 새색시의 입술’ 같다고 표현되고, 길 가던 나그네의 걸음을 자꾸 멈추게 했다는 의미로 ‘척촉’이라고 불린다. 진달래와 철쭉은 꽃 모양이 비슷해 사람들이 혼동하지만 꽃이 먼저 핀 다음에 잎이 나오는 것이 진달래고 잎과 꽃이 같이 피는 것이 철쭉으로 구분하면 쉽다.

소백산, 태백산, 지리산은 ‘철쭉의 3대 명산’으로 꼽힐 정도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3개 산 중 철쭉이 가장 먼저 만개하는 곳은 역시 가장 남쪽에 있는 지리산(5월 15∼20일)이고 소백산(5월 말∼6월 초), 태백산(5월 말∼6월 중순) 순이다. 최근 국립공원 산불예방기간이 끝나면서 소백산 철쭉의 매혹적인 자태를 엿볼 수 있게 됐다. 해마다 소백산 철쭉제를 여는 충북 단양으로 떠났다.

단양과 경북 영주에 걸쳐 있는 소백산은 해발 1000m 이상의 능선이 겨울철이면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있다 해서 이름 지어졌다. 여름에는 초원, 가을 단풍, 겨울 눈꽃이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낸다면 봄에는 분홍색 철쭉이 능선을 덮어 ‘천상의 화원’을 선사한다. 전국에 명성이 자자한 연화봉(1357m) 일대의 철쭉 바다를 찾아 고갯마루에 있는 죽령휴게소에서 산으로 들어갔다. 죽령에서 소백산천문대가 있는 연화봉까지는 대부분 시멘트로 포장된 도로를 따라 걷는다.

이 능선은 단양군과 영주시의 경계로 백두대간 종주길이다. 길 양쪽에는 갖가지 야생화와 수목들이 어우러져 눈을 즐겁게 해준다. 소백산강우레이더관측소가 있는 제2 연화봉까지는 가풀막이 이어진다. 이후 잠시 내리막이 힘든 다리에 위로를 준다. 연화봉에 올라서면 2.5㎞ 떨어진 비로봉(1440m)이 손에 잡힐 듯 가깝고 멀리 고봉들이 일망무제로 펼쳐진다. 아래쪽으로는 철쭉이 분홍물결로 파도친다. 다리안관광지나 새밭계곡부터 소백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등산로에서도 철쭉의 장관을 만날 수 있다.

단양에는 소백산 철쭉 외에도 볼거리가 풍성하다. 남한강과 소백산, 충주호 등이 함께 어우러져 산수경관이 뛰어난 덕분이다. 빼어난 경승지를 엄선한 단양팔경은 푸르른 신록을 더해 환상적인 자태를 뽐낸다.

단양팔경의 제1경으로 꼽히는 ‘도담삼봉’은 맑고 푸른 남한강 한 가운데 솟은 세 개의 봉우리다. 토라진 처봉, 임신한 듯 배가 볼록한 첩봉, 그 사이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남편봉이다. 조선의 개국공신이었던 정도전이 유년시절을 보낸 곳이자 퇴계 이황 선생의 시심을 흔들어 놓은 명승지로 유명하다. 이 곳에서 상류쪽으로 300여m 떨어진 ‘석문’도 꼭 찾아보자. 2경으로 이름 그대로 강변 절벽에 거대한 문처럼 구멍이 뚫린 돌로 된 문이다. 그 자체로 독특하면서 신비로운 경관을 자아내지만 데크에서 석문을 통해 남한강과 건너편 도담리를 보면 한 장의 사진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리듬에 맞춰 움직이는 도담삼봉 음악분수를 지나면 석문으로 오르는 길이 이어진다.

영춘면에 있는 온달관광지는 고구려 문화·유적을 한 눈에 보여준다. 1만8000㎡의 부지에 궁궐, 후궁, 주택 등 50여채의 건물과 저잣거리 등 당시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 드라마 ‘연개소문’ ‘태왕사신기’ ‘천추태후’ 등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고구려와 신라가 남한강을 차지하려고 치열한 전투를 벌인 온달산성(길이 972m)과 4억5000만년의 신비를 간직한 온달동굴(길이 800m)도 가까운 곳에 있다. 온달산성은 고구려 평원왕의 딸 평강공주와의 사랑 이야기로 유명한 온달장군이 신라군과 격전을 치르다 신라군 화살에 맞아 숨을 거둔 곳으로 전해오는 산성이다. 크지 않은 석성이지만 우아하게 굽이치는 성곽의 자태가 아득하게 내려다보이는 남한강 물줄기와 어우러져 빼어난 전망을 선사한다.

단양 읍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양방산(664m)도 올라보자. ‘햇빛이 잘 들어 살기 좋은 곳’이란 뜻을 담고 있다. 전망대와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륙장)이 있는 정상까지 차량으로 오를 수 있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지나 정상에 서면 단양 읍내를 휘감는 남한강과 주변 산세가 아름답게 펼쳐져 한 폭의 그림 같다. 예약하면 패러글라이딩 체험비행도 가능하다. 하늘을 나는 짜릿함과 단양의 멋진 풍경을 눈에 각인할 수 있는 ‘하늘 위의 자유로운 산책’이다.

대강면에 위치한 사인암은 칼로 예리하게 잘라낸 것 같은 높이 50m 기암절벽이다. 고려 말 역동 우탁 선생이 사인 벼슬을 할 때 이곳에 자주 머물러서 붙은 이름이다. 암반에 새겨진 장기판과 바둑판에는 자연과 벗하여 즐기던 선현의 모습이 떠오른다.

출출하면 단양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인 단양구경시장으로 가자. 단양팔경에 또 하나의 풍경과 ‘구경하다’라는 뜻 모두를 지닌 이름이다. 끝자리 1·6일에는 오일장도 열린다. 단양 구경시장은 마늘로 만든 먹거리가 지천이다.

단양=글·사진 남호철 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