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최초 환자와 같은 병동에 있다가 1일 사망한 여성(58)을 보건 당국이 6일 동안 완전히 놓친 것으로 드러났다. 사망 장소인 E병원은 이 여성이 최초 메르스 환자와 같은 병동에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지난 25일부터 격리 조치 없이 그를 치료해 왔다. 31일이 돼서야 보건 당국으로부터 사실을 통보 받고 부랴부랴 격리했지만 이 여성은 이튿날 사망했다.
◇감염 의심자 관리도 실패했나=보건 당국과 E병원 등에 따르면 사망한 여성은 지난 15∼17일 메르스 첫 환자 A씨(68)가 입원한 B병원의 같은 병동에 있었다. 지금까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18명에 포함돼 있지 않다.
이 여성은 지난 25일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갑자기 호흡곤란 증상을 보여 가까운 E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E병원 관계자는 “당시 맥박이 매우 약했다. 혈액을 밖으로 빼내 산소를 공급한 뒤 다시 넣어주는 에크모를 부착하고 신장투석 등 조치를 취했다”고 전했다. 이 여성은 이전부터 신장 질환을 앓아 투석 치료를 받아왔다. 중환자실에 있다가 1일 급성호흡부전으로 숨졌다.
문제는 보건 당국이 이 여성의 존재와 상태를 제대로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 여성이 감염 의심자로 분류됐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병원 측이 이 사실을 통보받은 건 환자를 받은 지 6일이나 지난 뒤였다. 그 기간 이 여성은 의료진 및 다른 환자들과 섞여 있었다.
보건 당국은 여성이 숨지기 몇 시간 전에야 유전자 샘플을 채취해 검사에 들어갔다. 만약 사인이 메르스로 밝혀질 경우 6일간 이 여성과 접촉한 의료진과 다른 환자는 새로운 격리 대상이 된다.
보건 당국은 상태가 심각한 감염 의심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정부의 감염 의심자 관리에 치명적 허점이 있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첫 확진 이후 열흘 이상 유지해온 ‘치사율 0%’ 상태도 깨져 메르스 공포가 더욱 커질 수 있다.
◇환자 5명 불안정, 1명은 증상 소멸=확진 환자 18명 중 5명은 불안정한 상태다. 특히 6번째 환자인 F씨(71)는 ‘에크모’ 장치를 부착했다. 이밖에 3번째 환자 C씨(76), 14번째 N씨(35), 16번째 P씨(40), 18번째 R씨(77·여) 등도 호흡이나 혈압, 맥박 등의 수치가 안정적이지 않다.
환자 가운데 A씨 부인 B씨(63)는 고열 등 증상이 사라져 1차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 권준욱 중앙 메르스 관리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48시간 내 2차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면 사실상 퇴원도 가능하지만 퇴원 여부 등은 전문가 논의를 통해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메르스에서 사망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은 고령자와 만성 폐질환자, 신장질환자, 당뇨병 환자 등이지만 국내 의료 수준으로 볼 때 중동의 40%대와 같은 치사율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격리 대상자 왜 급증했나=메르스 감염이 의심돼 격리된 사람이 682명으로 급증한 건 추가 환자에 대한 역학조사가 계속 진행 중이어서다. 추가된 격리 대상자들은 ‘2차 감염자’들이 보건 당국의 통제를 받지 않던 상황에서 접촉했던 의료진이나 같은 의료 공간에 있던 환자들이다.
이런 상황이 빚어진 건 환자들을 방역 그물망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한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 때문이다. 지난 29일부터 3일간 메르스로 확진된 환자 11명 가운데 10명은 초기 격리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다. 이들이 정부의 통제 아래 들어오기 시작한 건 ‘A씨 접촉자 전원 재조사 방침’을 밝힌 28일 이후다. 감염 시기로 예상되는 15∼17일부터 최대 13일간 이들은 메르스 감염자로서 타인에게 병을 옮길 수 있는 상황에 있었다. 실제로 14번째 환자인 O씨(35)의 경우 B병원에서 나온 뒤 고열 등의 증세가 나타나자 다른 의료기관 응급실 두 곳을 방문했다.
추가 확진자 역학조사는 아직 마무리된 게 아니어서 격리 대상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2차 감염자와 접촉해 격리된 사람 중 메르스 환자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3차 감염은 아직까지 없다는 얘기다.
권기석 민태원 심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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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02 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