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의심 환자 첫 사망… 보건당국, 6일 동안 방치

입력 2015-06-02 03:24 수정 2015-06-02 03:00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첫 환자와 같은 병동에 있었던 50대 여성 환자가 1일 사망했다. 이 여성은 B병원에 있다가 사망 장소인 E병원으로 지난 25일 옮겨졌으나 E병원은 31일까지 그가 메르스 감염 의심자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사망 전날에야 보건복지부에서 관련 통보를 받았다. E병원은 격리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여성을 치료해 왔다.

보건 당국은 이 여성이 메르스로 사망했는지 조사 중이다. 사망 원인이 메르스로 밝혀질 경우 E병원을 통한 3차 감염 가능성이 높아지고 추가 격리 대상자가 무더기로 나오는 등 엄청난 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사인(死因)이 메르스가 아니더라도 보건 당국의 허술한 감염 의심자 관리 실태를 여실히 드러낸 사례여서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중앙 메르스 관리대책본부는 이날 “첫 번째 환자 A씨(68)와 B병원에서 접촉한 적이 있는 의심자(58·여)가 오후 6시쯤 급성호흡부전으로 사망한 것을 확인했다”며 “역학조사와 진단검사를 실시 중”이라고 밝혔다. 당국의 조사 결과는 2일 오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는 메르스 사태가 불거진 뒤 병원을 옮겨 E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었다. E병원 관계자는 “이 여성은 지난 25일 B병원에서 다른 병원으로 가던 도중 갑자기 호흡곤란 증상을 보여 급히 우리 병원 응급실에 들어왔으며 당시 매우 위중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E병원은 이 여성이 메르스 감염 의심자라는 사실을 31일 보건 당국에서 통보받았다. 의료진의 긴급 격리 조치는 31일 오후 8시쯤 이뤄졌다. E병원 관계자는 “이튿날인 1일 오후 2시쯤 보건 당국 역학조사관이 병원에 도착해 유전자 샘플을 채취했다”고 말했다.

메르스 환자는 이날 3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아 18명이 됐다. 이들과 접촉해 격리된 사람은 모두 682명으로 늘었다. 정부는 격리 관찰 대상자의 출국을 제한하기로 했다. 격리 대상이 급증한 건 첫 환자 A씨와 같은 시기에 B병원에 있었지만 조기에 격리되지 않았던 사람 중 감염자가 잇따라 나왔기 때문이다. 이들이 그 후 접촉한 의료진 등이 추가 격리 대상자로 지정됐다.

민태원 권기석 심희정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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