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정보 없고 루머 난무 ‘학부모 대혼란’… SNS 접촉 7개 병원명단 나돌아

입력 2015-06-02 03:00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고 있는 메르스 환자 접촉 병원 명단.

회사원 한문종(39)씨는 1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관련 루머가 담긴 SNS와 문자메시지를 수차례 받았다. 여섯 살 딸을 유치원에, 네 살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는 한씨는 “숨이 막힐 지경”이라고 했다.

한 지인은 그에게 SNS로 사진 한 장을 보냈다. 병원에 다녀왔는데 출입문에 메르스 발병 병원 명단이 게시돼 있었다는 내용이다. 유치원에선 보건 당국 지침이라며 병원 7곳의 이름을 알려주고 다녀온 적이 있으면 통보해 달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어린이집에서는 외출 후 손 씻기를 철저히 하라는 등 메르스 예방수칙이 전해졌다. 31일 회사 동료로부터 자신의 집 근처에서 메르스가 발병했으니 아이들을 바깥에 내보내지 말라는 문자메시지를 받기도 했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메르스 감염자가 머물렀던 병원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씨는 명단에 오른 병원 7곳을 인터넷에서 검색해 자신의 집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한숨을 돌렸다. 다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교육·보육 현장에서 ‘메르스 공포’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다. 무차별로 괴담이 확산되면서 유치원·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들은 혼란을 겪고 있다. 경기도 평택에선 초등학생이 의심 증상을 보여 자택에 격리됐다가 음성 판정을 받았다. 메르스 감염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진 한 지역의 육아정보 커뮤니티에는 불안과 공포를 토로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예정됐던 소풍과 야외수업을 취소하는 등 실외활동을 대폭 줄였다.

메르스 의심환자가 숨진 병원이 있는 지역에선 사립유치원 6곳이 2∼5일 휴원하기로 했다. 맞벌이 부부 자녀를 위한 종일반은 정상 운영하고, 휴원 기간에 등원을 희망하면 원생을 받기로 했다. 공립유치원은 정상 운영된다. 이 지역 일부 초등학교는 학부모들에게 “외부인 접촉을 자제해 달라” “외부활동 자제하고 손 씻기를 철저히 하라”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경기도의 모 병원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건과 112에 신고된 페이스북 게시글 등 메르스 관련 유언비어 2건을 조사 중이다. 경찰은 업무방해나 명예훼손 등 실정법 위반 내용이 포함되면 글 작성자와 유포자를 추적할 방침이다.

전수민 조민영 기자 suminis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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