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지방선거 좌파 승리… 힘 얻는 남유럽 反긴축벨트

입력 2015-06-02 02:38
경제 위기로 인한 오랜 긴축정책에 지친 남유럽 시민들이 반(反)긴축 기조의 좌파 정당에 계속 표를 던지고 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스페인 지방선거에서 좌파 정당이 주요 도시 의회를 휩쓴 데 이어 이탈리아 지방선거에서도 중도좌파 성향 집권당이 승리를 거뒀다.

AFP통신 등 외신들은 31일 치러진 이탈리아 지방선거에서 마테오 렌치 현 총리가 속한 민주당(PD)이 대부분 승기를 잡았다고 1일 전했다. 이번 선거에선 이탈리아 7개주의 주지사와 산하 1000여개 지방자치단체장을 뽑았다.

이날 오전 개표 결과 7개주 가운데 마르케, 움브리아, 캄파니아, 토스카나, 풀리아 등 5개주에서 민주당은 40% 이상의 득표율로 선전했다. 베네토주에서는 우파 정당인 북부동맹이, 리구리아주에서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정당 포르자 이탈리아 등으로 구성된 중도우파연합이 이겼다.

민주당이 집권한 뒤 치러진 첫 선거인 만큼 이번 선거는 렌치 총리의 개혁 어젠다를 평가하는 첫 심판대였다. 출구조사에서는 민주당이 22.6%, 좌파정당인 5성운동이 19.6%, 북부동맹은 12.9%, 포르자 이탈리아는 10.3%를 득표할 것으로 전망됐었다. 결과적으로도 민주당 24%, 5성운동 18.4%, 북부동맹 12.5%, 포르자 이탈리아 10.7%로 거의 일치했다.

7개주 가운데 5개주가 민주당 손아귀에 들어왔지만 지지율은 예상보다 낮아 고전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풀리아주 등에서는 민주당이 5성운동이나 북부동맹 등을 두 배 이상의 득표율로 따돌렸지만, 캄파니아주와 움브리아주에서는 치열한 접전을 벌인 끝에 가까스로 승리했다.

심지어 5성운동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코미디언 출신 베페 그릴로가 이끄는 5성운동은 반(反)긴축을 내건 좌파 정당이다.

당초 민주당의 패배가 예상됐던 것은 렌치 총리의 노동·교육 개혁 기조가 노동조합과 야당, 민주당 내부 좌파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고 있기 때문이다. 개혁 정책 이후 렌치 총리의 지지율은 하락하고 있다. 노동개혁이 실업률을 낮추지 못했고, 개편한 선거 제도는 총리에게 권력을 집중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40%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60%와 비교하면 크게 내려간 수치다.

로이터 통신은 “지방선거가 이탈리아의 중앙 정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선거 결과는 렌치 총리에겐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경고나 다름없다”고 분석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