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셀카부터 가족 사진까지 사생활 거침없이 공개… 대기업 젊은 후계자들 SNS ‘부쩍’

입력 2015-06-02 03:00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

[친절한 쿡기자] 요즘 가장 뜨는 SNS는 사진 위주의 인스타그램이 아닐까 합니다. 구구절절한 글 대신 사진 한 장으로 내 생활을 설명할 수 있어 간편합니다. 그럴듯하게 찍힌 사진으로 삶을 포장할 수 있어 ‘SNS 허세의 끝판왕’이라고도 불립니다. 그런데 요즘 대기업 젊은 후계자들도 인스타그램에 푹 빠졌다고 합니다.

정용진(47)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달 25일부터 인스타그램에 신변잡기 위주의 사진 수십장을 올렸습니다. 정용진이란 이름만 지우면 일반 회사원의 계정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입니다. 누군가에게 받은 아이들 선물을 인증했고, 오붓한 가족여행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괜찮은 식당을 찾았다며 추천했고, 특이한 패션 아이템을 사지 않았다고 자랑했습니다. ‘투데이룩’이라는 태그와 함께 셀카도 올렸습니다.

‘땅콩 회항’ 사건으로 SNS를 중단했던 조현민(32) 대한항공 전무도 지난 4월 말부터 인스타그램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얼굴을 화사하게 만드는 ‘뽀샤시’ 효과를 준 셀카와 여행사진을 간간이 올렸고요, 호텔 제과점에서 본 귀여운 모양의 케이크를 공유했습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첫째 아들인 박서원(36) 오리콤 부사장도 인스타그램에서 문화생활과 출근 복장을 수시로 찍어 올립니다. 지인과 함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나온 사진도 스스럼없이 공개했습니다.

많은 네티즌이 ‘회장님’의 사생활 공개에 “신선하다” “재밌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스마트폰 세상이 감춰졌던 ‘특별한’ 사람들의 일상을 세상에 알린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그러나 이들이 SNS에 올린 사진이 위화감을 조성하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서민 흉내를 냈다며 비판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세계 곳곳을 여행한 사진에는 “나 같은 직장인은 꿈도 못 꾼다”는 빈정거림이, 물건을 살까말까 고민하는 글에는 “재벌도 그런 걸 고민하냐”는 날 선 반응이 나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 오너 일가에 대한 반감이 뿌리 깊습니다.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지났고,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야만 성공한다는 깊은 패배의식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SNS 소통에 차가운 시선만 보낼 건 아닙니다. 엄연한 개인생활이고, 이들이 온종일 SNS만 붙들고 있는 건 아니니까 말입니다.

다만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들의 사생활 공개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서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SNS를 정성껏 관리하는 열정만큼 기업가 정신으로 감동을 주는 노력을 기대합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