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시시피주 탈루야에 사는 올랜도 레덴은 40대 중반이지만 여전히 고정된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대학을 나오지 못한 그는 카지노 슬롯머신 관리와 지게차 운전, 학교 운동장 관리 등의 일을 전전했다. 시간당 10.95달러(약 1만2100원)를 받았던 지게차 운전이 가장 수입이 좋은 일이었지만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일을 그만둬야 했다. 그 다음으로 맡았던 학교 운동장 관리자 일 역시 오래지 않아 새 학교 관리인이 그 자리를 없애고 경비원 업무와 일을 합치면서 옷을 벗어야 했다. 최근 그는 도로를 포장하는 일을 시작했다. 새 일은 그럭저럭 보수는 괜찮지만 매일 아침 집에서 약 50㎞ 떨어진 곳으로 출근해야 한다. 그는 여전히 건장한 체격을 자랑하고 어떤 일이든 할 자신이 있지만 도로 포장 사업이 끝나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이다.
기술이 발전하고 여권이 신장된 오늘날 레덴과 같은 남자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영국의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30일(현지시간) 발간된 최신호를 통해 선진국을 중심으로 노동환경 및 가정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고개 숙인’ 남성들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가 주목한 이들은 주로 저학력의 특별한 자격증을 갖추지 못한 블루칼라 남성들이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들의 일자리는 점점 줄어만 가고, 갈수록 높아진 여권(女權)은 이들을 더욱 궁지로 몰고 있다. 여성들이 특유의 섬세함으로 보건 및 교육 분야에서 활약상을 늘려가고 있는 추세와 대비되는 것이다.
통계를 보면 남성은 여전히 각계에서 최상위권을 점하고 있다. 경제 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500대 주요 그룹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95.2%가 남성이며, 각국의 행정수반 가운데 92.8%가 남성이다.
그러나 동시에 각계의 최하위를 점하는 것 또한 남성이다. 전 세계 자살자 중 66%가 남성이고 동시에 살인 사건에 희생되는 경우도 여성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또 미국의 수감자 가운데 93%가 남성인 것으로 조사됐다. 남학생들의 학업능력 역시 여학생들에게 뒤처져 대부분의 나라에서 과락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미국 고졸 남성의 2013년 실질임금은 1979년보다 21% 줄어든 반면 같은 조건의 여성 임금은 3% 늘었다. 생산가능 연령인 고졸 남성의 20%는 실직 상태다. 이코노미스트는 흔히 미국에서 여성을 낮춰 부르는 ‘더 약한 성(The weaker sex)’이라는 용어가 이제 남성에게 적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교육을 받지 못해 일자리를 얻지 못한 남성은 짝을 구하기도 어려워 결국 미래마저 보이지 않는 ‘총체적 위기’에 직면했다고 이 잡지는 지적했다. 여성의 지위가 올라가면서 대부분의 여성은 ‘능력이 없거나 가정적이지 않은’ 남성과 함께 사느니 차라리 ‘독신’을 선택하는 추세다.
이런 추세를 잘 보여주는 것이 혼외출산 비율이다. 201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혼외출산 비율은 33%로 1980년의 3배로 뛰었다. 이코노미스트는 1960년대만 해도 여성의 임신이 결혼의 가장 큰 조건처럼 취급됐지만 오늘날은 그 기준이 달라졌으며, 핵가족마저 분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악순환을 막기 위해선 문화적 태도를 바꾸고 교육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지적이다. 남성 전유물로 여겨지던 외과의사나 물리학자의 영역에 여성이 진출해 특유의 섬세함으로 승부한 것처럼 남성 역시 간호사나 미용사 등 직업에 도전하게끔 직업교육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돼지 사육사나 소방관, 장의사 등의 직업에 중범죄 남성 전과자의 취업을 막는 미국 조지아주의 규제처럼 고쳐야 할 제도도 아직 많이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덧붙였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블루칼라 ‘근육남’… 일자리도 가정도 놓치다
입력 2015-06-02 0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