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은 휴가 가라고 하지만… 말잔치로 끝난 ‘봄 관광주간’

입력 2015-06-02 02:25

지난달 8일 등산복을 입은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인천 옹진군 덕적도의 야영장에서 텐트를 치는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여유로운 여행을 즐기고 지역경제에도 보탬이 된다. 봄·가을 여행이 더욱 늘어났으면 한다”는 휴가지 발언도 소개됐다. 환하게 웃고 있는 김 장관 모습을 문체부 공무원들은 사무실 컴퓨터로 확인할 수 있었다.

관광 활성화와 내수시장 확대를 목표로 지난해부터 시행된 봄 관광주간(5월 1∼14일)을 맞아 김 장관은 지난달 7일 이틀짜리 휴가를 떠났다. 문체부 관계자는 “하위직급 공무원들이 눈치 보지 않도록 장관이 몸소 휴가를 떠난 것”이라며 “문체부 공무원 678명 모두 휴가계획을 내고 자유롭게 쉬었다”고 말했다.

정말 문체부 공무원들은 눈치 안 보고 자유롭게 휴가를 즐겼을까. 국민일보가 1일 확인한 결과 봄 관광주간에 휴가를 떠난 문체부 직원은 전체의 64%인 433명에 그쳤다. 그나마도 직급에 따라 차이가 났다. 장차관 및 1∼3급은 36명 중 27명(75%)이 연차휴가를 썼다. 반면 4∼5급은 291명 가운데 170명(58%), 6급 이하는 351명 중 236명(67%)이 휴가를 떠났다.

문체부 공무원 A씨는 “임시국회 일정이 변동되면서 관련 업무를 맡은 사람 대부분이 연가를 취소했다”며 “솔직히 휴가계획을 내라니까 내긴 했는데 아무래도 눈치가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공무원 B씨는 “휴가를 떠나려 해도 일이 많고, 신경 쓸 것도 많다”며 “지인들로부터 ‘넌 장관보다 바쁘냐’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체부를 바라보는 다른 부처 공무원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눈치를 보더라도 휴가를 가보고 싶다는 부러움부터 상대적으로 한가한 부처여서 가능한 일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보건복지부의 한 국장급 공무원은 “국민연금 사태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으로 난리가 났는데 휴가를 갈 수가 있나. 복지부 장관도 휴가를 냈다가 못간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법무부의 한 검사는 “장차관을 비롯해 휴가계획이 다 없다. 하위 직원이 연차를 쓰지 않으면 윗사람 승진에 영향을 주는 기준도 없어서 문체부가 부럽다”고 했다. 정부세종청사의 한 부처 관계자는 “문체부니까 휴가라도 다녀오지 다른 부처에 봄 관광주간은 배부른 소리”라고 말했다.

지난 4월 문체부가 보도자료를 내고 17개 정부부처 장차관과 공무원이 앞장을 선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봄 관광주간은 결국 ‘말의 잔치’로 끝난 셈이다.

박세환 고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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