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개정 국회법’ 거부권 시사] 식물정부·국정마비 우려… 정면돌파 택했다

입력 2015-06-02 02:20
박근혜 대통령이 1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강력히 시사하면서 6월 임시국회를 앞둔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코앞에 다가온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 여러 현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정치권을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위헌 소지를 근거로 개정 국회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방침을 기정사실화했다.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되는 법안이 원안대로 정부에 송부된다면 대통령의 유일한 입법부 견제 권한인 법률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여기엔 정치권의 이른바 ‘주고받기 식’ 졸속입법 사례를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앞으로 정부 기능까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반영됐다.

◇박 대통령, 위헌 소지 등 조목조목 비판=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개정 국회법에 대해 반대 이유를 조목조목 들며 강력 비판했다. 국회의 정부 시행령 수정 권한이 포함된 개정 국회법이 결과적으로 국정 마비, 행정부 무력화는 물론 헌법 위배로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특히 과거 같은 사안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통과시키지 않았던 정치권이 이번엔 집단이익에 매몰돼 밀어붙이고 있다는 취지의 강한 불쾌감도 표시했다. 박 대통령은 “과거 국회에서도 이번 개정안과 동일한 내용의 국회법 개정에 대해 위헌 소지가 높다는 이유로 통과되지 않은 전례가 있다”며 “이것은 국회 스스로 이번 개정안이 위헌 소지가 높다는 점을 인식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00년 ‘시행령과 모법(母法)이 어긋날 경우 국회가 시정을 요구한다’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가 위헌 논란으로 수정됐던 사례를 언급한 것이다. 이는 국회법 개정안을 정부로 이송하기 전 국회 차원에서 위헌 논란을 정리하라는 일종의 압박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 거부권 불사…정면돌파 예고=박 대통령이 향후 입법부와 행정부, 청와대와 정치권 간 정면충돌 정국이 전개되더라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도 있다.

박 대통령이 개정 국회법을 바라보는 시각은 정부의 행정입법권은 물론 법원 심사권까지 침해할 수 있고, 그로 인해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을 위배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논란이 있는 법안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박 대통령으로선 있을 수 없는 얘기다. 국회 본회의에서 의원 211명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된 법안을 거부하는 것은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지만 이를 감수하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박 대통령의 생각이다.

박 대통령은 특히 국회법 개정 과정에 대해 “공무원연금법과 관계 없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문제를 연계시켰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하고 여야가 일자리 창출을 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국민 앞에 약속했음에도 그것이 공허하게만 느껴지는 것은 대통령인 저나 국민들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른바 개정 국회법이 ‘연계전략’을 펴는 야당의 요구에 따른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여야 모두를 압박한 것이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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