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테러 통신기록 수집 일시 중단… 애국법 31일 자정 종료돼 NSA 정보수집 근거 소멸

입력 2015-06-02 02:34

2001년 9·11사태 이후 테러 방지를 명목으로 미국인들의 통화 기록을 무차별적으로 수집해 온 미 정보기관의 활동에 일시적이지만 제동이 걸렸다. 미국 상원은 이례적인 휴일 개회까지 했으나 31일(현지시간)을 기해 시한이 만료된 국가안보국(NSA)의 통신기록 수집 근거인 애국법(Patriot Act) 일부 조항을 대체하는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상원은 대체 법안인 미국자유법안(USA Freedom Act)을 놓고 논의를 벌였으나 대선 출마를 선언한 랜드 폴(공화·켄터키·사진) 상원의원의 반대로 최종 표결에 실패했다. 그러나 애국법 만료에 따른 NSA 등 정보기관의 반테러 활동 공백은 오래가지 않을 전망이다. 상원의원과 고위 보좌관들은 미국자유법안의 최종 처리를 위한 표결이 2일이나 3일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폴 의원은 미국 정계의 대표적인 자유지상주의자(리버테리언·libertarian)로 정부 권한의 최소화와 개인 자유의 극대화를 주창해 왔다. 그는 이날도 상원 연단에서 “우리(미국인)들이 혁명을 통해 얻고자 한 것이 이것이었나. 우리는 거리낌 없이 자유를 포기하려 하는가”라며 정보기관의 무차별 통신기록 수집을 비판했다.

애국법 대체법안인 미국자유법은 정보기관이 법원의 허락을 얻어 필요한 통신기록을 통신회사에 요청하되 정보기관은 통신기록을 보존할 수 없도록 했다. 미국자유법은 이미 지난 달 공화·민주 양당 합의로 하원을 통과했다.

애국법 시한 만료로 영향을 받는 반테러 활동은 통신기록 대량 수집 외에 외국 테러집단과 관련 없는 ‘외로운 늑대형’ 테러 용의자에 대한 도청 등 3가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보·수사 관계자들은 반테러 활동의 공백 기간은 짧겠지만 이로 인한 안보 위협을 우려했다. 존 브레넌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상원 표결 몇 시간 전 CBS방송의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만일 통신기록 수집 프로그램이 종료된다면 국토안보부나 정보당국의 관리들은 우리를 향해 공격을 가하려고 하는 테러리스트를 추적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안보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 정보기관이 다른 반테러 법규를 원용해 대처할 것이어서 안보 공백은 미미할 것이라고 전했다.

애국법 대체 법안의 상원 통과 실패에는 폴 의원의 반대 외에 미치 매코넬(켄터키)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의 오판도 큰 역할을 했다. 그는 9·11사태가 14년이나 지난 데다 전 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프라이버시에 대한 경각심이 크게 높아진 미국민의 의식 변화를 읽지 못했다. 매코넬은 지난 22일 하원을 압도적으로 통과한 미국자유법안의 상정을 거부한 채 현행 애국법을 연장하는 법안을 표결에 부쳤다 부결된 데 이어 이날 마지못해 자유법안을 상정했으나 이마저 통과에 실패해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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