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법 개정안 둘러싼 靑·국회 갈등 볼썽사납기만

입력 2015-06-02 00:34
박근혜 대통령은 1일 행정입법(대통령령 등 시행령)에 대한 수정·변경 요구권을 신설한 국회법 개정에 대해 “결과적으로 국정은 마비 상태가 되고 정부는 무력화될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개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이 위헌 소지를 지닌 채 정부로 이송돼 올 경우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밝힌 것이다.

정부가 행정입법을 하면서 모법(母法)의 테두리를 벗어나 논란을 빚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그렇다고 국회가 위법성을 판단해 직접 정부에 수정을 요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위법성 판단은 대법원이 재판을 통해 최종 심사하도록 돼 있다. 이번 국회법 개정안이 헌법에 규정된 행정권과 사법권을 침해함으로써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은 그래서 당연히 옳다.

국회법 개정 과정에서 새누리당이 보여준 무능은 아무리 비판해도 과하지 않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을 고치기 위해 위헌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억지를 부렸다고 치자. 새누리당이 그에 따른 부작용을 간과한 것은 집권당으로서의 역량을 의심케 한다. 본회의 표결에서 율사 출신 의원들이 대거 반대, 혹은 기권표를 던진 것은 원내지도부가 무리하게 입법을 밀어붙였다는 증거다.

새누리당이 결자해지해야 한다. 새누리당이 위헌 소지가 없음을 강조하기 위해 지금 와서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수정·변경 요구 규정에 강제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잠시라도 비난을 피해보려는 꼼수일 뿐이다. 막판 협상에서 ‘지체 없이’란 표현을 빼긴 했지만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요구받은 사항을 처리하고, 그 결과를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한 것은 강제성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대통령과 우리 당의 뜻이 다를 수 없다”고 화답한 것은 해법 찾기에 적극 나섰다는 뜻일 게다. 하지만 국회법을 재개정하지 않고는 해당 조항의 위헌성을 해소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재개정은 현 상황에서 새정치연합이 응할 리 만무하기 때문에 해법이 될 수 없다.

청와대와 국회의 힘겨루기는 볼썽사납다. 새누리당이 재개정을 관철시키지 못해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될 경우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회는 재의결을 시도하는 헌법적 절차를 밟는 수밖에 없다. 새정치연합은 거부권 행사를 비난할 것이 아니라 법에 따라 당당하게 응하는 게 순리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청와대와 의견을 조율한 뒤 자유투표로 표결에 응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재의결될 경우 박 대통령에게는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는 방법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