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가 핵심 가치로 내세우는 것은 살생을 하지 않고, 잘못한 이들에게도 자비를 베푼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런 불교의 가치들이 일부 아시아 국가들에서 심각히 퇴색되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BBC는 ‘불교의 어두운 면’이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아시아의 대표적 불교 나라인 스리랑카의 소수민족 및 타 종교 탄압사례를 거론했다.
스리랑카는 인구의 70%가 불교도(샹할리족)이고 이들이 주류 사회를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막강한 파워를 가졌음에도 소수민족인 타밀족과 이슬람교도, 기독교도 등에 대한 탄압을 그치지 않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타밀족은 영국이 스리랑카를 식민지배할 때(1795∼1948) 차 재배를 위해 인도 남부에서 데려온 노동자들이다. 불교도들은 오랜 세월 이들을 차별하고 배척해 왔다. 결국 타밀족은 반군까지 만들어 몇 해 전까지 무력으로 불교도에 저항해 왔다.
타밀족의 저항이 잦아든 요즘은 이슬람교도와 기독교도들이 타깃이 됐다. 과격파 불교도들은 이슬람교도가 운영하는 사업장을 덮치는가 하면, 불교도들을 교회로 빼앗아간다며 기독교 선교사들을 못살게 굴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불교도들이 이슬람교도들이 주로 거주하는 곳에 항의차 찾아가 양측이 충돌하면서 3명이 숨지기도 했다. 이슬람교도나 기독교도들에 관대하게 대한다는 이유로 같은 온건파 불교 승려를 잡아다가 강제로 포경수술을 해 모욕을 주기도 했다.
또 다른 불교 국가인 미얀마도 마찬가지라고 BBC는 꼬집었다. 미얀마는 90%가 불교도인데 4%도 채 안 되는 이슬람교도인 로힝야족을 탄압해 국제문제가 되고 있다. 로힝야족이 비록 방글라데시에서 건너오긴 했지만 이미 수백년을 함께 살아오며 동질화됐음에도 시민권조차 부여하지 않고 있다.
이런 비판에 대해 불교 단체 관계자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중동의 ‘이슬람국가(IS)’처럼 이슬람교도들이 과격화될까봐 이를 경계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BBC는 “살생하지 않겠다고 맹세한 승려들이 ‘헤이트 스피치’(인종혐오 연설)에 앞장서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자비의 종교’ 불교의 그늘… 불교국, 무슬림·기독교도 탄압·온건파 불교도 공격
입력 2015-06-02 0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