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왕실예산 나홀로 증가 ‘눈총’… 재무부 조사 착수키로

입력 2015-06-02 02:36
영국 정부가 재정적자 축소에 나서면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등 왕실 예산에 대해 재무부가 강도 높은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31일(현지시간) 2015∼2016 회계연도에 영국 왕실 보조금이 4000만 파운드(약 680억원)로 2012∼2013 회계연도의 3100만 파운드(약 527억원)보다 29%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왕실 보조금이 크게 늘어난 것은 런던 중심가인 리젠트 스트리트와 애스콧 경마장 등의 왕실재산 운용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불었기 때문이다. 영국 왕실 수입은 99억 파운드 규모의 왕실재산 관리로 발생하는 수익의 15%로 정해져 있다. 왕실재산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소유로 돼 있지만 별도 기구가 관리해 수익을 재무부에 넘기고 수익의 15%를 왕실이 가져가는 식으로 운용된다.

그러나 긴축재정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왕실 유지에 들어가는 돈의 규모가 커지는 것은 살림이 빠듯해진 정부나 국민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게다가 왕실 보조금은 전년도에 비해 감소할 수 없도록 법률 조항에 명기돼 있다. 영국 납세자연맹 조너선 이사비 대표는 “왕실 예산이 떨어질 수 없도록 보장해주는 건 이상하다”면서 “왕실 예산을 통제할 수 있도록 규정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디펜던트는 “버킹엄궁과 윈저궁 유지비 등으로 5000만 파운드가 필요한 왕실로서는 보조금 증가를 환영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내년 봄에는 정부가 보조금의 규모를 조정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임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