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터 회장 독재 수법은 ‘약소국 매수’… 재정 지원 미끼로 지지세력 포섭

입력 2015-06-02 02:25
카리브 해에 있는 케이만군도는 인구가 5만8000여 명밖에 안 되는 작은 섬나라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순위는 191위에 불과하다. 월드컵 본선엔 한 번도 진출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FIFA는 케이만군도축구협회에 재정을 지원해 축구협회 빌딩과 두 개의 경기장을 짓도록 하고 있다. 그 이유는 뭘까?

뉴욕타임스는 제프 블라터 FIFA 회장이 17년간 철권을 휘두르게 된 방법을 폭로하기 위해 케이만군도가 FIFA로부터 거액의 지원금을 받는 상황을 지난 31일(현지시간) 소개했다. 블라터 회장이 권한을 이용해 약소국에 재정을 지원하고 대신 그 나라를 지지 세력으로 포섭해 왔다는 것이다. FIFA는 2008년 이후에만 케이만군도에 180만 달러(약 20억 원)를 지원했다.

제프리 웹이 35개 FIFA 회원국을 아우르는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 회장에 당선된 2012년 이후 케이만군도는 블라터 회장에게 더욱 소중한 나라가 됐다. 웹 부회장은 지난달 27일 부패 혐의로 체포된 FIFA 고위 관계자 7명 중 1명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웹 회장은 2018년 및 2022년 월드컵 예선 중계권을 가진 미국의 스포츠마케팅 회사 ‘트래픽 스포츠 USA’에 300만 달러(약 33억원)의 뇌물 등을 요구했다.

스위스 검찰은 FIFA 부패 스캔들과 관련해 블라터 회장도 소환할 수 있다고 밝혔다. AFP통신은 안드레 마티 스위스 검찰 대변인이 이날 “FIFA 고위간부들이 참고인 성격의 조사를 받고 있다”며 “블라터 회장도 앞으로 필요시 소환해 조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한편 FIFA 비리 스캔들을 수사 중인 미국 법무부는 2010 남아공월드컵 개최지 선정을 앞두고 2008년 스위스 FIFA 계좌에서 빠져나간 1000만 달러(약 111억원)의 용처와 송금 승인 과정을 집중수사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1000만 달러는 3차례에 걸쳐 FIFA 부회장과 CONCACAF 회장을 지낸 잭 워너의 관리 계좌로 들어갔다. 미국은 이 돈이 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뇌물로 사용됐다고 보고 있다. 김태현 임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