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해 각자의 생각에 따라 찬성할 수 있고 반대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황 후보자가 총리가 되는 것을 썩 찬성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황 후보자를 반대하는 일부의 주장 중에 심각한 우려를 자아낼 만한 것이 있다. 이른바 ‘종교적 편향성’을 들어 반대하는 것이다.
사법연수 시절 신학공부를 병행한 황 후보자는 교회 전도사로 활동할 정도로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종교적 편향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의 저서와 블로그 등에 언급된 일부 내용을 문제 삼고 있다. 물론 논란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황 후보자는 공무원 시험이 일요일 치러지는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이는 비기독교인들이 보기에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주일 교회에 나가 예배를 보는 것을 매우 중시하는 기독교인들은 토요일도 있는데 굳이 주일에 시험을 보는 것을 반대한다.
황 후보자가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과 관련해 공격적 선교관을 드러낸 점은 교계 내에서도 토론의 주제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종교 편향이라고 공격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그는 종교인 과세에 대해서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지만 이는 생각의 차이일 뿐 신앙적으로 문제가 되거나 중대한 결격사유도 아니다(참고로 국민일보는 종교인 과세에 반대하지 않는다).
황 후보자가 기독교에 편향돼 있어 중립적으로 국정을 이끌어야 할 총리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는 기독교 자체를 종교 편향으로 몰고 가려는 반기독교적인 함정에 빠지는 것이다. 사이비 종교도 아니고 정통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있는 것이 어떻게 문제가 될 수 있는가. 이는 독실한 크리스천은 총리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신앙을 갖더라도 전혀 표시가 안 날 정도의 얕은 신앙만 갖고 있어야 총리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는 종교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거나 차별하는 것이다.
황 후보자의 언행에 기독교적 색채가 드러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어느 분야든지 깊이를 더하면서 갖게 되는 자연스러운 특징들로 봐야 한다. 다소 생소하더라도 불법이나 편법이 아닌 한 이런 특징들을 용인하는 사회가 민주적이고 건강한 사회다. 이는 검게 그을리고 거칠어진 농부의 얼굴이나 발레 연습을 하느라 뒤틀어진 발레리나의 발을 흉하다고 욕하지 않는 것과 같다. 제대로 된 신앙은 교회 안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나타날 수밖에 없고, 또 그래야 한다.
황 후보자에게 종교 편향이라는 낙인을 찍어 국회 인사청문회의 소재로 삼는 것은 잘못이다. 이는 정치인들이 나서 종교 갈등을 유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최근 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황 후보자의 부적합 이유 중 ‘종교 편향’은 2%에 그쳤다. 일반 국민 대부분은 황 후보자의 신앙을 문제 삼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이 황 후보자의 신앙을 공격하는 것은 없는 갈등까지 일부러 만들어 내는 꼴이다. 다른 이유로 반대하는 것은 몰라도 종교 편향을 주장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그럴 경우 고위공직자 되는 길에 기독교 신앙이 장애가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
신앙은 결격 사유가 아니라 오히려 권장 사항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도 김구 안창호 선생 등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나라와 민족을 위해 헌신했던 지도자들이 많다. 3·1운동의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16명이 기독교인이었다. 예수를 닮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겸손한 자세로 나라와 민족을 섬기면서 고난의 십자가를 졌다. 황 후보자의 신앙은 약점이 아니라 강점이다.
신종수 편집국 부국장 jsshin@kmib.co.kr
[돋을새김-신종수] 황교안 신앙에 대한 부당한 공격
입력 2015-06-02 0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