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8일 수요일 저녁. 전남 영광 대마면 남산리 대마중앙교회(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소속)의 조문평(57) 목사는 평소와 같이 교회 차량을 운전하고 있었다. 오후 7시30분에 열리는 수요예배에 참석할 성도들을 태우기 위함이었다. 그때 갑자기 휴대전화 벨이 울렸다. 아내 김정아(55) 사모였다. “여보 어떡해요. 교회에 불이 났어요.”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식은땀이 등을 타고 흘렀다. 급하게 교회로 차를 몰았다. 하지만 도착했을 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화염에 휩싸인 교회 건물이었다. 믿을 수 없었다. 양동이로 물을 퍼 날라 불을 끄려 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잠시 후 소방차가 도착했다. 30여분 뒤 불은 완전히 진화됐지만 교회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 조 목사는 주저앉고 말았다. 이미 해는 저문 터라 본당 안은 더욱 컴컴해 보였다. 십자가와 강대상, 의자, 피아노 등 165㎡(50평) 건물 안에 있던 모든 것이 타버렸다.
소방서 조사결과 천장의 낡은 전등에서 누전이 발생했고, 불은 삽시간에 번지면서 목재로 된 바닥에도 옮겨 붙었다. 당시 교회 안에는 기도를 하며 예배를 준비하던 김 사모와 성도 2명이 있었다. 이들은 “퍽” 하는 소리에 이상한 낌새를 느꼈고, 천장에 붙은 불을 보자마자 뛰쳐나와 소방서에 신고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소방서 추산 3400만원의 재산피해를 입었다. 조 목사는 31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모를 만큼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대마중앙교회는 1974년 드와이트 린튼(한국명 인도아·1927∼2010) 목사에게서 세례를 받은 문귀순 권사와 이건조 장로 등을 주축으로 1976년 설립됐다. 린튼 목사는 구한말 근대교육과 의료사역을 펼쳤던 유진 벨(한국명 배유지·1868∼1925) 목사의 외손자로 호남지역에서 의료와 교육 활동에 앞장섰다.
대마중앙교회의 현재 예배당은 1990년 지어졌다. 2000년 부임한 조 목사는 섬김을 교회의 모토로 내세웠다. 조 목사는 “어려운 이웃을 섬기는 것이 교회의 기본 도리라 생각해서 마을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거나, 교회 건물을 개방해 쉼터로 사용토록 했다”고 말했다. 주민의 농기구가 고장이 나면 수리공을 자처했고, 벌초 등 궂은일도 도맡아 처리했다.
조 목사는 “성도 수는 60∼70대 노인 20여명이 전부이며 가구 수가 얼마 되지 않는 작은 마을의 작은 교회지만 성도들과 가족 같이 지내며 행복하게 목회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행복을 화마가 앗아갔다.
화재 이후 대마중앙교회 성도들은 마을회관에서 예배를 드렸다. 그러나 장기간 대여할 여력이 되지 않아 이마저도 포기하고, 현재는 한 성도의 집에 모여 예배를 드리고 있다. 조 목사는 “자력으로는 도저히 교회를 복구할 수 없어 여기저기 도움을 요청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며 “매일 하나님께 긍휼히 여겨 달라고 기도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어려운 교회를 도웁시다-국민일보·세복협 공동캠페인] 전남 영광 대마중앙교회
입력 2015-06-02 0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