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냉장고를 부탁해’ 등 음식 관련 방송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편승해 음식을 소재로 한 영화가 속속 개봉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음식을 다룬 ‘아메리칸 셰프’와 지난 3월 프랑스 대통령의 셰프 이야기를 담은 ‘엘리제궁의 요리사’가 관심을 모았다. 이어 이탈리아 음식이 소개되는 ‘트립 투 이탈리아’와 일본 음식이 나오는 ‘심야식당’이 나란히 개봉된다. 스크린과 함께 힐링 음식 투어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
‘트립 투 이탈리아’는 중년의 남자 2명이 ‘옵저버’ 매거진의 제안으로 5박6일간 이탈리아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장르와 스타일을 넘나드는 거장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이 연출하고 영국 배우 스티브 쿠건과 롭 브라이든이 주연으로 출연했다. 두 사람은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를 시작으로 로마를 거쳐 카프리까지 자동차 ‘미니’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만찬을 즐기는 장면이 오감을 자극한다. 영화는 영국 낭만파 시인 바이런과 셸리가 이탈리아에서 머물렀던 곳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정에 초점을 맞추었다. 두 시인이 찾았던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맛보고 그들의 마지막 거처를 돌아봄으로써 삶과 예술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작품이다. 향긋한 와인과 즐거운 수다는 보너스다.
윈터바텀 감독과 두 배우가 호흡을 맞춘 ‘더 트립’의 속편이지만 여행과 예술이 결합된,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인텔리전트 먹방 영화’라고 강조하고 있다. 윈터바텀 감독은 연출 의도에 대해 “레스토랑 여행 영화는 이전부터 생각해왔던 주제”라고 했다. “식사를 하면서 나누는 즐거운 대화들에 관한 영화, 식사를 나누면서 하는 대화는 촬영하기도 즐거울 거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필로미나의 기적’으로 한국 관객들에게도 익숙한 쿠건은 “내가 연기하는 나는 실제와 가깝지만 좀 과장된 편이다. 우리 모두는 스스로를 편집하며 살아가지 않나? 우리의 불완전한 모습들이 오히려 재미를 유발하기 때문에 주로 못생긴 면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코미디와 드라마를 민첩하게 넘나드는 브라이든의 연기도 매력적이다. 4일 개봉. 15세 관람가. 108분.
‘심야식당’은 베스트셀러 일본 만화를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원작자 아베 야로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솔하면서도 위트 있게 구사해 일본 최고 만화가로 떠올랐다. 늦은 밤에만 문을 여는 도쿄의 한 식당에서 마스터와 사연 있는 손님들이 맛으로 엮어가는 인생을 다루었다. 영화는 원작의 감수성에 스토리텔링을 담아 쓸쓸한 현대인의 마음에 따뜻한 메시지를 전한다.
‘심야식당’은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들이 즐겨 찾는 식당이다. 하루를 고단하게 보내고 외로운 마음을 추스르는 공간이다. 누군가는 이곳에서 고향의 맛을 느끼고, 누군가는 첫사랑의 맛을 느낀다. 누구나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추억을 꺼내게 한다. 카레라이스부터 문어 소시지, 계란말이, 된장국까지 우리가 쉽게 접해본 음식들이 나온다. 주인장은 외모는 까칠하지만 속내가 깊은 남자다. 누구도 그의 과거를 알지 못한다. 하지만 대화 상대가 필요한 외로운 손님들에게 그는 누구보다 친한 친구이자, 오빠이자, 아빠이기도 하다. 말없이 위로의 음식을 내어주는 그의 모습에서 사람들은 인생 선배의 얼굴을 보게 된다. 일본 국민배우 고바야시 카오루가 마스터 역할을 맡았다.
지난 6년간 드라마 ‘심야식당’에서도 마스터를 연기한 고바야시는 일본 내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 1회, 남우조연상 3회를 수상한 실력파 배우다. 오는 8일 열리는 시사회에 참가하기 위해 첫 내한할 예정이다. ‘카모메 식당’ ‘남극의 쉐프’ 등 영화에서 솜씨를 자랑한 푸드 스타일리스트 이이지마 나미가 음식감독으로 참여했다. 18일 개봉. 12세 관람가. 120분.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삶·추억 들려주는 ‘힐링 음식 투어’ 영화 2편… 伊 ‘트립 투 이탈리아’-日 ‘심야식당’ 나란히 개봉
입력 2015-06-03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