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22) 재난영화의 재난

입력 2015-06-02 00:20
영화 ‘샌 안드레아스’ 포스터

재난영화 ‘샌 안드레아스’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크게 자연재해(화산, 지진, 해일, 혜성 충돌 등)와 인재(선박 침몰, 비행기 추락, 화재, 전염병의 창궐 등)로 대별되는 재난을 다룬 영화는 1970년대에 피크를 이뤘다. 그 효시는 1970년에 나온 ‘에어포트’. 버트 랭커스터, 딘 마틴 등 올스타 캐스트가 출동한 이 영화의 흥행성공을 기점으로 72년 ‘포세이돈 어드벤처’, 74년 ‘대지진’과 재난영화의 결정판이라 할 ‘타워링’이 줄줄이 이어졌다.

이후 재난영화는 주춤했다가 1990년대에 부활했다. 97년에만 제임스 카메론의 화제작 ‘타이타닉’ 외에 화산 폭발을 다룬 ‘볼케이노’와 ‘단테스 피크’가 개봉됐다. 그러나 같은 ‘화산영화’라도 스펜서 트레이시와 프랭크 시나트라가 공연한 1961년작 ‘4시의 악마’가 더 기억에 남는다.

왜 그런가. 배우 때문이다. 원래 재난영화는 볼거리보다 위기에 처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중점을 두다보니 호화 캐스트가 동원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갈수록 특수 효과 및 컴퓨터 그래픽에 더 많은 관심과 돈을 쏟게 되면서 스타들을 기용하지 않게 됐다. ‘샌 안드레아스’의 조부뻘 되는 ‘대지진’만 해도 찰턴 헤스턴, 에바 가드너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화면을 메웠으나 ‘샌 안드레아스’의 경우 그나마 우람한 몸집 외에는 이렇다 할 게 없는 드웨인 존슨 말고는 눈길을 끄는 스타 한 명 없다. 영 심심하다.

김상온(프리랜서·영화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