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가 확산이냐, 진정이냐의 중대 기로에 섰다. 핵심 변수는 3차 감염자의 등장이다. 앞으로 1주일 안에 3차 감염자가 나타나면 사태는 커질 가능성이 크다. 반대 경우에는 진정 국면으로 들어설 수 있다.
◇보건 당국 “1주일이 고비”=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31일 브리핑에서 “앞으로 1주일이 고비”라고 말했다. 문 장관이 이렇게 말한 배경에는 메르스의 잠복기(2∼14일)가 자리 잡고 있다. 보건 당국은 첫 환자인 A씨(68)가 B병원에 입원한 지난 15∼17일을 메르스가 집중적으로 전파된 시기로 본다. 확진 판정을 받은 B병원 환자와 가족은 모두 이 시기에 그 병원에 있었다.
A씨가 B병원을 마지막으로 이용한 17일에 최대 잠복기 14일을 더하면 31일이 된다. 앞으로는 ‘A씨에 의한 2차 감염자’가 발생할 확률은 사실상 없다는 뜻이다. 권준욱 중앙 메르스관리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복지부 국장)은 “오늘(31일)을 지나면 15∼17일 노출된 사람 중에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은 제로로 떨어지게 된다”고 했다. 초기에 자택 격리 조치된 사람에 대한 해제도 시작돼 30일에는 6명, 이날은 25명이 격리에서 벗어났다.
이에 따라 보건 당국의 활동은 ‘2차 감염자에 의한 3차 감염’을 막는 데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B병원에서 감염됐으나 격리되지 않았던 사람들의 그동안 행적이다. B병원에선 지금까지 환자 6명과 가족 5명(A씨 아내 포함), 의료진 1명이 감염됐다. 여기에는 중국으로 출국한 H씨(44)가 포함된다. 일부 환자는 B병원을 나온 뒤 고열 등 증상이 나타난 상태에서 다른 의료기관을 방문했으며, 이 때문에 해당 병원 의료진 수십명이 추가 격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 당국은 “이들에 대한 추적과 심도 있는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은 B병원 관련 격리자는 129명이지만 전체 격리자 수는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129명 외에 H씨 관련 격리자 45명과 격리 관찰 대상이 아니던 2차 감염자가 방문한 다른 병원 의료진까지 합치면 전체 격리자는 200명 안팎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고위험군을 시설 격리 조치키로 한 것도 3차 감염을 막기 위해서다. 복지부는 격리 조치로 생업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긴급복지지원 등을 실시할 방침이다.
◇정부 초기대응 실패 재확인=30∼31일 추가 확진된 메르스 환자도 모두 B병원 이용자다. 13번째 감염자 M씨(49)는 지난 29일 확진 판정을 받은 L씨(49·여)의 남편이다. 14번째인 N씨(35)는 15∼17일 B병원에 입원했었다. 15번째인 O씨(35)는 B병원에 입원했던 어머니를 매일 문병했다. 그의 어머니는 자택 격리 중이다.
보건 당국은 아직까지 3차 감염자는 없다고 보고 있다. 부부인 M·L씨의 경우도 서로 옮긴 게 아니라 A씨에게서 동시 감염된 것으로 당국은 추정한다.
지금까지 감염자를 통계로 보면 성별로는 남성이 9명, 여성이 6명이다. 그동안 발생한 세계 메르스 환자의 남녀 비율 1.7대 1과 비슷하다. 연령대별로는 70대가 3명, 60대 2명, 50대 2명, 40대 5명, 30대 2명, 20대 1명이다. 평균 연령은 53세다. 전 세계 메르스 환자의 평균 나이 47.5세보다 다소 높다. 국내 환자 15명 가운데 A씨와 외래병원 의료진 2명을 제외한 12명이 B병원에서 감염됐다.
정부가 격리 조치를 실시한 뒤인 21일 이후에 확진된 12명 중 8명은 격리 관찰 대상이 아니었다. 정부의 초기 대응이 실패했음을 재확인시켜준다. 정부는 메르스가 전파력이 낮다고 과신해 사태 초기에 밀접 접촉 대상자를 A씨와 같은 병실을 쓴 사람들과 의료진 등으로 한정했다. 감염자의 가족인 H씨의 병원 방문 사실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주변국까지 불안에 떨게 했다.
문 장관은 “전파력에 대한 판단과 최초 환자의 접촉자 일부 누락 등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했다. 권 국장은 “실무자들이 기존 지침을 고집해 A씨의 병실에 집착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한감염학회 등과 함께 민관합동대책반을 꾸려 31일부터 가동했다. 현장 역학조사 단계에서부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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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01 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