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미·중 갈등의 시작은 지난 4월 초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의 환초(環礁)에서 중국이 활주로를 건설 중인 모습을 공개하면서부터다. 지난해부터 이미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매립과 활주로 공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은 CSIS의 위성사진 공개를 서막으로 중국을 향해 파상적인 공세를 퍼붓고 있다. 29∼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4차 아시아안보회의는 양국의 또 하나의 격전지가 됐다.
◇“인공섬 건설 중단하라” 미국의 파상 공세=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과 케빈 앤드루스 호주 국방장관과 함께 30일 싱가포르에서 3국 국방장관 회의를 열고 중국을 강하게 압박했다. 3국 장관은 공동성명을 통해 “동중국해 및 남중국해에서의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변경을 강하게 반대하며 남중국해에서 벌어지는 중국에 의한 매립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카터 장관은 이날 중국의 인공섬 조성에 대해 “모든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원하며 이를 위해서는 (남중국해에서 이뤄지는) 모든 간척 사업이 즉각적이고 영구적으로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 국방부는 중국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 인공섬으로 무기를 반입한 사실을 공식 확인하며 압박을 강화했다. 스티브 워런 국방부 대변인은 “인공섬의 군사화에는 당연히 반대한다”며 중국의 무기 배치를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상원 군사위원장인 존 매케인 의원(공화당)은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동남아시아 각국에 대규모 군사지원을 제공하자는 제안을 담은 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가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필리핀과 방위장비 이전 협정을 체결하기로 방침을 굳혔다는 요미우리신문의 보도도 나왔다.
◇“중국 상대로 도발 말라” 중국의 반격=아시아안보회의 중국 대표로 참석한 쑨젠궈 인민해방군 부총참모장은 31일 연설에서 “남중국해는 전반적으로 안정적이며 항해 자유와 관련된 문제는 전혀 없다”며 남중국해에서 자국이 행하고 있는 활동이 정당한 주권 행사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중국은 그동안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이 합법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미국의 문제제기를 ‘도발’로 규정해 왔다. 전날 중국 외교부는 화춘잉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미국이 역사와 법리, 사실관계를 무시하고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주권과 권익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고 이간질해 불화를 일으키고 있다”면서 “영토분쟁에서 어느 한쪽 편을 들지 않겠다는 약속을 준수하고 지역 평화와 중·미 관계를 훼손시키는 모든 언행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추이톈카이 주미 중국대사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동아시아판 냉전을 재연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이냐”며 “중국을 겨냥한 군사동맹은 가장 어리석은 짓이고 예상치 못한 최악의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중 갈등 원인과 전망=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간 갈등의 근본적 원인은 이 지역에 양국 모두 물러설 수 없는 ‘핵심 이익’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에너지 수입국인 중국에 남중국해는 원유 수송의 핵심 바닷길이자 특히 시진핑 정권이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중 해상 실크로드의 길목이다. 반면 ‘아시아 회귀’ 전략을 내세우는 미국으로서는 중국 견제를 위해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분쟁 중인 필리핀, 베트남 등을 강력한 아시아 동맹국으로 만들어야 한다.
특히 최근 미국이 남중국해 인공섬에 대해 적극적인 공세에 나서는 것은 ‘군사기지’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아시아에서 중동, 아프리카, 유럽으로 나가는 길목을 중국의 군대가 지키고 있다는 것은 미국으로서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일 것”이라며 “남중국해 인공섬에 대해서는 중국이 도를 넘어섰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중국해 갈등이 미·중 양국 간의 무력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싱가포르 난양기술대 리밍장 교수는 최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두 강대국이 견해차를 좁힐 가능성이 극히 낮다”면서도 “양국 모두 긴장이 고조되기를 원하지는 않기 때문에 군사적인 교착이 초래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는 9월로 예정된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미 일정도 향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남중국해와 관련한 강도 높은 공세가 시 주석의 방미를 감안했다는 분석도 있다. 시 주석 방미 전 중국이 미국과의 극단적인 충돌은 자제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는 것이다. 한 차례 신경전이 지난 뒤 시 주석 방미를 전후해 남중국해 문제는 다시 수면 아래로 수그러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이슈분석] ‘인공섬 건설’ G2 충돌 왜… “아시아 진입로 지켜라” 美·中 남중국해 난타전
입력 2015-06-01 0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