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1위안만 있어도 창업… 제2 알리바바 꿈꾸다

입력 2015-06-02 02:46

고질적인 청년실업을 해결하고 저성장 국면을 탈피하기 위해 ‘창업 활성화’ 카드를 꺼내든 국가는 비단 우리 정부만이 아니다. 중국 베이징 서북쪽 대학가에는 ‘창업가’라는 거리가 있는데 지난 7일 리커창 총리가 이곳을 찾았다. 몇 년 전부터 ‘창업 희망자’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나누는 곳으로 유명해진 곳이다. 리 총리는 이곳의 한 카페에서 “대중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부는 모르지만 시장은 알고 있다”며 “시장을 믿는 것이 대중 혁신의 근본”이라고 말했다. 리 총리가 강조하는 ‘대중창업, 만인혁신’을 현장에서 강조한 셈이다. ‘대중창업, 만인혁신’이란 13억 중국 인구의 창업 아이디어를 경제 발전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1위안’만 있어도 창업 가능=중국에서는 요즘 창업붐이 일고 있다. 국무원이 지난 2월 ‘등록자본등기제도 개혁안’을 비준하면서 창업 문턱이 대폭 낮아졌다. 예전에는 등록자본금이 부족해 아이디어가 있어도 창업을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등록자본금 최소 요건이 폐지돼 ‘1위안’만 있어도 창업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도 창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주관 부처의 행정허가증을 발급받은 뒤 공상행정부의 영업허가증을 받아야 경영활동이 가능했지만 제도 개선 이후로는 영업을 먼저 시작한 뒤 차후에 행정허가증을 발급받을 수 있게 됐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 등록한 기업은 1293만개로 전년 대비 14% 증가했다. 올 초 창업 증가세가 다소 주춤해지자 리 총리는 지난 3월 양회 정부공장 보고에서 대중창업과 만인혁신을 공식 정부 업무계획에 포함시켰다. 이 자리에서 기업 등록 제도를 더욱 간소화한 ‘3증합일’을 발표했다. 기업을 등록할 때 발급받아야 했던 영업허가증, 조직·기관 코드등록증. 세무등기증을 하나의 허가증으로 통일해 등록 소요시간을 5일로 단축시키겠다는 내용이다.

◇쉬운 창업, 그러나 어려운 성장=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창업 환경은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세계은행(WB)이 매년 발표하는 ‘기업환경(Doing Business)’ 평가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기업 설립영역 순위는 전 세계 189개국 중 128위를 기록해 전년(151)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그 외 영역에서는 상위권 국가들과 여전히 격차가 컸다. 기업 청산 영역에서는 55점을 기록해 경쟁국(일본 94점, 미국 90점, 한국 90점)에 비해 차이가 많았다. 중국의 창업 환경이 ‘창업은 쉽지만 창업한 기업을 키워나가기는 어렵고, 실패를 딛고 다시 창업하기는 더욱 어렵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중국에서 창업이 어려운 것은 무엇보다 자금조달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1위안만 있어도 창업은 가능하지만 실제로 기업을 꾸려나가기 위해선 적잖은 자금이 필요하다. 그러나 중국의 대출 실질금리는 6% 후반대로 다른 국가(미국은 3.25% 수준)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대출금리 외에 담보비, 자문비 등 각종 수수료도 부담해야 한다. 투자자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미국 다우존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벤처투자 총액은 155억 달러로 2006년 이후 최대 규모지만 81%가 인터넷·IT 창업 부문에서 쏠렸고 다른 분야에선 거의 투자가 없었다. 정부의 창업기금은 창업자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자금원이지만 전체 직원 중 연구·개발(R&D) 인력이 20%를 넘어야 하는 등 신청 자격이 까다롭다.

사업장을 운영하는 비용도 부담이 만만찮다. 중국경제의 최대 강점이었던 인건비가 치솟고 있다. 제조업 노동자 임금은 2004년 시간당 4.35달러에서 지난해 12.47달러로 급증했고, 중국의 기업들은 임금의 40% 정도를 각종 보험과 주택공적금으로 부담해야 한다. 중국의 평균 전기료는 kwH당 0.56위안으로 미국보다 30%정도 높다. 인터넷 속도는 한국의 7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비용은 비슷하다. 리 총리는 지난 4월 주요 통신업체들에 인터넷 비용을 낮추고 속도를 높일 것으로 요구했지만 3대 통신업체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창업자 돈가뭄 해소 나선 중국=중국은 창업붐을 계속 유지시켜 나가기 위해선 창업 기업에 원활한 자금을 조달하는 게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지난 1월 400억 위안(약 7조2000억원) 규모의 신흥 산업 창업투자기금을 설립하기로 했다. 정부가 자금을 배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대형 금융기관, 해외 자본 등을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처음으로 민간자본에 수익을 양보한 셈이다. 미국의 위워크(WeWork)처럼 저비용으로 창업공간을 만들 수 있는 방안도 마련했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 13일 대학생들이 창업 관련 활동도 학점으로 인정해주도록 각 대학에 권고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중국에서 사상 최대 창업붐이 조성되고 있는 이유는 알리바바 샤오미 화웨이 등의 성공담이 청년들에게 창업 의지를 부추기고 있다는 데 있다.

LG경제연구원 자오유 연구원은 “젊은세대의 취업난이 맞물리면서 전대미문의 창업붐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수많은 신생 창업기업 중에는 다른 모든 도전자들의 실패를 보상하고 남을 만한 훌륭한 혁신을 성공시킨 사례도 나올 것이 분명하고, 이 같은 혁신이 중국시장과 중국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도약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