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외교·안보 정책에 관해 조언해 온 기타오카 신이치 국제대학 학장은 일본의 식민지배와 침략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뜻을 밝혔다. 기타오카 학장은 30일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식민지 지배도 사실 관계로서 틀림이 없다. 세계의 식민지 지배를 상대적으로 보면 그 가혹한 정도에 차이가 있지만 그렇더라도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자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견해가) ‘적에게 소금을 보내는(적을 돕는) 행위’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정반대다. 가령 ‘일본은 침략 등을 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보내면 세계의 누구로부터도 지지받지 못할 것이다”며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여러 나라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라도 침략을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침략이나 식민지배에 관해 사죄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사죄는 상대에게 하는 것으로 대개 외교적 행위다. 따라서 한 나라의 총리가 사죄한다는 것은 미묘한 정치적 판단을 동반한다. 덧붙여서 일본에서 평가가 높은 독일의 리하르트 폰 바이츠제커 대통령이 패전 40년을 계기로 한 연설에도 사죄의 표현은 없다”고 주장했다.
학술적 논의와 정치행위를 굳이 구분한 기타오카 학장의 이 같은 발언은 결과적으로 아베 총리가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관해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고 사죄하지 않더라도 이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는 앞서 29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4차 아시아안보회의 개막식 기조연설을 통해 아시아 신뢰와 협력 증진을 위해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잘못을 인정하고, 한국과 중국도 일본에 거듭 사과를 요구하는 일을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日 침략 했지만 사죄할 필요는 없다” 아베의 외교·안보 조언자 기타오카 국제대 학장 주장
입력 2015-06-01 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