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산 비상] 지나치게 높은 전염성… 바이러스 변이 없었을까

입력 2015-06-01 02:43

정부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바이러스의 유전자 변이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국내외 실험실 4곳에 유전자 검사를 맡겼다. 지나치게 높은 전염성을 보이고 있어서다. 첫 감염자에게서 옮은 환자가 14명이나 된다. 메르스는 일반적으로 환자 1명이 0.6∼0.8명에게 옮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는 아직까지 ‘유전자 변이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공식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31일 “메르스 바이러스의 유전자 변이 가능성, 어떻게 이렇게 많은 감염이 초기에 한 병원에서 일어나게 됐는지에 대한 역학조사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며 “두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현재까지 유전자 변이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만 유전자 변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권준욱 복지부 메르스중앙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국립보건연구원, 민간 연구자 한 명, 국내의 바이러스 유전자 염기분석 전문회사 등에 검사를 맡겼고 네덜란드의 에라스무스 실험실에 보낼 예정”이라며 “전체 염기서열이 3만개에 이르기 때문에 최대한 속도를 내서 최단 시간 안에 분석을 마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첫 환자인 A씨(68)가 15∼17일 입원했던 병원 한 곳에서만 12명의 2차 감염자가 나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감염 경로가 어떻게 되는지, 왜 이렇게 많은 감염자가 나왔는지 등을 추적하고 있다.

복지부는 일부에서 제기하는 ‘호흡기를 통한 공기 전파’ 가능성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메르스는 2m 정도 가까운 거리에서 침·가래 등 분비물에 의한 ‘비말 감염’으로 전파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지 않더라도 의료기관 안에서 환자의 여러 분비물이 기계적으로 전파되는 ‘의료 감염’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현재 메르스 환자 중 3명은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콩팥이 하나밖에 없는 F씨(71)는 신장 기능이 악화돼 인공투석을 하고 있다. 스스로 호흡이 불가능해 기계호흡 중이다. C씨(76)와 L씨(49·여)도 혈중 산소 농도가 떨어져 기계호흡 치료를 받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고령인 데다 기존에 질병이 있는 분들은 메르스에 감염됐을 때 상황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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