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농부를 살인자 만든 ‘땅속 다이아몬드’ 송로버섯

입력 2015-06-01 02:42

지난 29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동부 드롬주 발랑스의 배심원단이 인근 그리냥 지역에 사는 30대 농부 로랑 랑보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30일 전했다.

랑보는 자신의 송로버섯(사진)을 훔치려는 줄 알고 한 남성에게 총을 쏴 죽인 것이다. 혐의는 비(非)고의적 살인. 2010년 발생한 일이었다.

‘땅속의 검은 다이아몬드’로 불리는 세계 최고의 미식 재료, 프랑스의 검은 송로버섯 주위에는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송로버섯은 미식가들의 입맛만큼 도둑들의 의욕도 돋운다.

랑보의 농장이 있는 그리냥은 프랑스 송로버섯의 60%가 채취되는 곳이다. 그러나 지구온난화 때문에 강수량이 줄어들면서 100년 전 400t가량 채취되던 송로버섯의 양은 정확히 10분의 1인 40t 수준으로 줄었다.

생산량 감소와 수요 급증이 맞물리면서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었다. 특히 성탄절이 가까워지면 송로버섯의 가격은 평소의 3배로 뛴다.

랑보를 살인자로 만든 2010년 12월 20일은 바로 그런 시즌이었다. 농부들은 허구한 날 나타나는 송로버섯 도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농장에 수상한 사람이 있는 것 같다는 아버지의 전화를 받은 랑보는 개 한 마리와 함께 있는 거대한 체구의 에르네스트 파르도와 맞닥뜨렸다. 그가 송로버섯을 찾으러 다닌다는 이야기가 퍼져 있었다. 위협을 느낀 랑보는 펌프식 산탄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2년여가 흐른 2013년 1월, 드롬주 생레스티투트에 사는 농부 제랄드 칼비에는 조직화된 ‘갱단’에 20㎏의 송로버섯을 도둑맞았다. 1만2000유로(약 1450만원)어치였다. 송로버섯을 도둑맞은 칼비에는 농장에 보안카메라를 설치하고 감시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수상한 사람이 나타난 것을 확인하고 카비에는 경찰을 불렀다. 야간 투시경을 착용한 경찰들은 나무 뒤에 숨어 있다가 급습해 도둑 2명을 붙잡았다. 칼비에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지만 도둑들은 징역 2개월과 200유로(약 24만원)의 벌금형을 받았을 뿐이다.

이 지역에서 30만㎡ 규모의 송로버섯 농장을 운영하는 농부 디디에 샤베르는 “계속 도둑들에게 쥐꼬리만한 처벌을 내린다면, 랑보 사건과 같은 비극은 또 일어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