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가 첫 확진 10여일 만에 15명으로 늘고 중국과 홍콩까지 비상이 걸린 것은 우리 보건 당국의 초동 대처에 구멍이 뚫렸기 때문이다. 그 구멍은 환자와 의료진의 부주의·비협조에서 비롯됐다. 감염병예방·관리법에 규정된 신고 의무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첫 환자 A씨는 메르스 발병국에 다녀온 사실을 의료진에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네 번째 병원에 가서야 털어놨다. 중국 출장을 떠난 H씨도 메르스 환자 접촉 사실을 의료진에 알리지 않았다. 부인을 통해 뒤늦게 알게 된 의료진이 만류했지만 출장을 강행했고, 의료진은 그가 떠난 뒤에야 이 사실을 당국에 신고했다.
2010년 개정된 감염병예방·관리법은 감염병 환자를 진단한 의사는 소속 의료기관장에게 보고하고, 의료기관장은 담당 보건소장에게 곧바로 신고토록 하고 있다. 신고를 소홀히 한 의사나 의료기관장은 2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환자가 입원 또는 치료를 거부해도 300만원 이하 벌금 처벌을 받는다.
그동안 법원은 이 법을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는 처벌 수위가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는 치사율 등 위험성이 큰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법 적용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법조계 관계자는 “감염병의 위험성을 감안해 처벌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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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01 0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