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 System) 규모가 지난해 1500조원을 넘어섰다. 순기능도 있지만 급격한 확장세에 미국이나 중국처럼 감독 당국이 적절한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정의당 박원석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현재 광의의 그림자금융 규모는 1503조원에 이른다. 2013년 말보다 157조원(11.6%) 증가했다. 금융안정위원회(FBS) 조사에 따르면 2013년 말 현재 한국의 그림자금융 규모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109.3%로 조사 대상 26개국 가운데 7위 수준이다.
그림자금융은 은행과 유사한 신용중개 기능을 하지만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 기관 및 금융상품을 말한다. 활용 목적에 따라 광의와 협의의 개념으로 나뉜다. 그림자금융은 세계 금융위기 이후 은행 규제가 강화되고 저금리 장기화로 투자자가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면서 세계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원인의 하나로 지목돼 부정적 인식이 강하지만 긍정적 측면도 있다. 은행 규제가 강화돼 은행권 대출이 어려워진 미국, 중국, 유럽 등에서는 그림자금융을 통한 자금 중개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또 1%대 은행 예금만으로 자금을 굴리기 어려운 시대에 중위험·중수익 투자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머니마켓펀드(MMF), 파생결합증권(DLS), 주가연계증권(ELS) 등 금융소비자들이 쉽게 접하는 상품들도 그림자금융 범주에 속한다.
하지만 규제를 받지 않고 중앙은행의 유동성 지원이나 예금자 보호를 원활히 받을 수 없어 시스템 리스크를 초래할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중국, 미국 등에서는 규제의 고삐를 죄고 있다. 미국은 2010년 도드-프랭크법을 제정해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업무를 제한함으로써 간접적으로 그림자금융 관련 리스크 통제에 나섰다. 지난해 9월엔 그림자금융의 재정적 안정성을 살펴보기 위해 금융안정위원회를 신설했다. 중국도 2009년 말부터 은행대출에 기반을 둔 WMPs(Wealth Management Products) 발행 물량을 제한해오고 있다. WMPs는 일종의 재테크 금융상품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중국 그림자금융의 전형적인 모델이다.
전문가들은 그림자금융의 순기능은 살려야 하지만 위험에 대비해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에서 그림자금융에 대한 규제가 주요 선진국에 비해 투명하고 엄격해 위험 수준이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림자금융 상품의 위험 요인을 분석해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분하고 건전한 발전 방안을 모색할 때”라고 말했다. 보험연구원 김혜란·이혜은 연구원은 ‘그림자금융에 대한 국제적 논의와 국내 현황’ 보고서에서 “그림자금융이 시스템 리스크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감독 당국이 그림자금융 특성을 고려해 적절한 규제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세계 7위 규모로 큰 ‘그림자금융’ 위험 대비는 선진국 한참 못 미쳐
입력 2015-06-01 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