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첫 감염자 확인 이후 환자 수가 11일 만에 벌써 15명으로 늘었다. 군에선 메르스 진료병원 간호사를 만난 병사의 감염 여부 확인을 위해 긴급 채혈을 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메르스 괴담까지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면서 국민들의 공포감은 커지고 있다. 메르스 최대 잠복기가 2주라는 점을 고려할 때 최초 감염자가 격리된 이후 2주가 되는 이번 주 중반이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돼 방역 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사태를 키운 건 당국의 총체적 무능과 부실이다. 메르스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했음에도 당국의 통제에서 벗어나 중국으로 출국한 40대 남성이 현지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접촉 사실도 파악하지 못한 무능이 빚어낸 국제 망신이다. 2차 감염자 14명 중 절반을 넘은 8명이 정부의 격리 대상에서 빠져 있었던 건 허술한 방역 시스템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들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과 접촉한 만큼 3차 감염이 우려된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31일 브리핑에서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으나 이야말로 전형적인 뒷북 대응이다. 치사율이 40%를 넘는 전염병이라면 당연히 초동 단계에서부터 모든 역량을 기울였어야 했다. 근데 지금에서야 민관합동 대책반을 가동해 총력 방역 태세를 구축하겠다니 어이가 없다. 문 장관은 메르스 전파력 판단 미흡, 최초 환자에 대한 접촉자 그룹의 일부 누락 등과 관련해선 대국민 사과도 했다. 하지만 사과만으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지금은 감염 확산 방지가 급선무이므로 여기에 집중해야겠지만 사태가 진정된 후엔 반드시 책임소재를 따져야 할 일이다.
충남 계룡대 부대에 근무하는 병사가 휴가 중이던 지난 12일 메르스 진료병원 간호사인 어머니(28일 메르스 확진)를 만났으나 군과 보건 당국이 2주 넘도록 이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도 문제다. 만난 시점이 어머니가 감염 환자를 진료하기 이전이라 군의 과잉 대응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해당 병사로부터 30일 자진신고를 받고서야 뒤늦게 채혈을 하고 부대원들을 격리했다는 건 방역체계의 또 다른 허점이다.
어설픈 방역체계를 재점검해 3차 감염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2차 감염자 14명 가운데 12명이 집단 발병한 특정 병원에 대한 역학조사도 원점에서부터 다시 실시해 감염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의심 환자를 진료한 의료진의 늑장 신고나 감염 의심자의 비협조도 사태를 악화시킨 것으로 드러난 만큼 처벌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겠다. 메르스 관련 유언비어 유포자는 색출해 엄벌해야 한다. 당국도 감추는 데 급급하지 말고 국민에게 필요한 정보라면 공개하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사설] 매일 느는 메르스 환자… 정부 대응은 여전히 뒷북
입력 2015-06-01 0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