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정비산업단지 유치전… “동북아 허브 공항에” “국토 균형발전 고려”

입력 2015-06-01 02:12
연간 수요가 수조원에 달하는 항공정비산업(MRO·Aircraft Maintenance, Repair and Overhaul) 단지 유치를 놓고 지방자치단체간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동북아 허브 공항으로서 위상을 높이기 위해 국내외 항공기가 몰려 있는 인천국제공항에 MRO를 유치해야 한다는 현실론과 지방 이전을 통해 국토균형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명분론이 충돌하는 양상이다.

인천시의회는 인천이 미래성장동력인 항공산업 도시로 발전할 수 있도록 MRO의 중요성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100만인 서명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고 31일 밝혔다. 시의회는 지난달 23일 김정헌·안영수·최석정 의원이 발의한 ‘인천광역시 항공산업육성 지원 촉구 결의안’을 원안 가결했다. 결의안은 인천국제공항 내에 MRO 특화 단지를 조기 조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영종도에 위치한 항공안전기술원의 이전 검토를 중단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항공기 재난 예방을 위해 관련 산업 육성에 집중하고 지역 발전에 참여하라고 인천공항공사에 요구했다.

인천시는 인천공항 약 114만㎡ 부지에 원스톱 항공정비가 가능한 항공정비산업 특화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까지 MRO 세계시장 3%, 아시아시장 12%의 점유율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석정 의원은 “정부는 주변 국가에 비해 뒤떨어진 항공정비산업을 육성한다고 표명하면서도 동북아 허브공항으로 항공기 정비수요와 배후지원체계가 갖춰진 인천을 배제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건 말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국토부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인천공항에서 정비문제에 따른 항공기 결항률이 급격히 높아졌다. 지난해 1∼8월 전체 결항 73건 가운데 약 23%에 해당하는 17건이 정비문제에 따른 것이었다. 박근해 영종목요포럼 회장(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대행)도 “항공기 부품은 정밀하기 때문에 공항 내에서 정비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외부에서 정비할 경우 이동 과정에서 오차가 발생할 수 있어 항공기 결항의 주요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 MRO 육성방안을 발표한 국토부는 인천시와 인천공항공사 간 양해각서(MOU) 체결에 부정적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MRO 유치를 위해 각 지자체가 경쟁하는 과정에서 공공기관인 인천공항공사가 인천시와 MOU를 맺을 경우 형평성이 떨어진다”며 “사천이든, 청주든 MRO산업단지 조성의 경제성을 입증하는 곳이 유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공항과 사천공항에 각각 MRO 유치를 추진해온 충북도와 경남도 역시 서로 유치 성공을 자신하며 사업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항공정비 전문기업을 설립한 뒤 국토부에 제출할 사업계획서가 얼마나 알차게 작성되느냐가 유치전의 관건이 될 것”이라며 “충북에는 아시아나항공, 이스타항공 등 6개 기업이 합자법인 설립에 참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남도 관계자는 “사천 MRO에 참여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5개 기업과 이미 양해각서를 체결한 상태”라며 “사천은 항공국가산업단지로도 지정돼 입지와 역량면에서 MRO 사업 유치에 가장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청주·사천=정창교 홍성헌 이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