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블래터(79·스위스)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어떻게 대형 뇌물 스캔들이라는 대형 악재를 뚫고 5선에 성공했을까. 바로 유럽과 미국을 제외한 제3세계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블래터 회장은 지난 30일(한국시간) 스위스 취리히의 FIFA 본부에서 열린 제65회 FIFA 총회에서 4년 임기의 회장에 당선됐다. 그는 알리 빈 알 후세인(40) 요르단 왕자와의 선거 1차 투표에서 133-73으로 앞섰고 알리 왕자가 2차 투표를 앞두고 사퇴하면서 당선이 확정됐다.
블래터 회장은 최근 FIFA가 미국연방수사국(FBI)의 수사를 받으면서 비리 스캔들에 휘말렸다. 선거 이틀 전에는 스위스 당국이 미국 법무부의 협조아래 FIFA 부회장 2명이 포함된 7명의 임원들을 긴급 체포하기도 했다. 그는 ‘부패 스캔들의 몸통’으로까지 지목됐다.
그런 블래터 회장은 5선 성공으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 배경은 약소국들의 절대적인 지지다. FIFA 회장 선거는 1국 1표제다. 월드컵에서 수차례 우승을 한 국가와 단 한차례도 본선에 진출하지 못한 국가 모두 똑같이 한 표를 가진다. 이에 가장 많은 표를 가진 아프리카(54개국)와 아시아(46개국), 북중미(35개국), 남미(10개국) 등이 블래터를 지지했다. 미국과 유럽(53개국)이 아무리 힘을 써도 절대 뒤집어지지 않는 구조다.
제3세계가 블래터 회장을 지지하는 이유는 온갖 부패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른바 ‘골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이들 국가에 든든한 지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골 프로젝트는 개발도상국이나 축구 후진국에 축구 인프라 구축을 위해 FIFA가 자금 지원을 하는 것이다. FIFA는 이들 국가에 공짜로 천연 잔디 구장을 건설해주고 축구 용품과 코칭 클리닉 등 각종 지원을 해 왔다. 또 매년 모든 회원국에 8억원 가량의 지원금까지 주고 있다.
블래터 회장은 5선에 성공한 후 기세가 등등해졌다. 그는 유럽축구연맹(UEFA)의 자신에 대한 적대 행위를 비난하면서 미국도 정치적 계산 하에 FIFA 간부 체포 시기 등을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블래터 회장은 “미셸 플라티니 UEFA 회장을 포함해 나를 비난했던 사람들을 용서하지만 잊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블래터 체제가 계속될 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미국과 유럽의 반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일부 유럽 국가들은 2018 러시아월드컵에 불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UEFA는 이번 주 독일 베를린에서 월드컵 보이콧 여부를 포함한 향후 대응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그레그 다이크 잉글랜드축구협회 회장은 “우리만 월드컵을 보이콧하는 것은 별 소용이 없지만 나머지 유럽 국가가 보이콧하기로 결정한다면 우리도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도 블래터 회장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 미국 연방국세청(IRS)은 FIFA의 비리 스캔들과 관련해 추가 체포·기소를 예고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이슈분석] 유럽 “월드컵 보이콧” 거론, 블래터 자리 지킬까?… 블래터 FIFA 회장 5선 후폭풍
입력 2015-06-01 02:55 수정 2015-06-01 1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