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의 종가’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첫 한국인 주역이 탄생한다. 뮤지컬 ‘미스 사이공’에 출연 중인 한국 배우 김수하(22)가 오는 11일과 13일 여주인공 킴으로 무대에 설 예정이다.
김수하는 31일 국민일보와 전화 및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웨스트엔드에서 한국인 첫 주역이라니 너무나 영광스럽고 과분할 따름이다. 그저 이 공연에 누를 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미스 사이공’은 베트남 전에 파견된 미국 군인 크리스와 현지 소녀 킴의 가슴 아픈 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캣츠’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과 함께 4대 뮤지컬로 꼽힌다. 비극적인 운명의 여주인공 킴은 최고 수준의 가창력과 연기력이 필요한 배역이다. 아시아 여배우들에겐 웨스트엔드나 뉴욕 브로드웨이서 맡을 수 있는 최고의 배역으로 꼽힌다. 앞서 1994년 미국 유학 중이던 이소정이 ‘미스 사이공’의 킴으로 발탁되며 한국인으로는 처음 브로드웨이에 선 적은 있지만 웨스트엔드에서 한국인이 주인공을 맡은 적은 여태 없었다.
한국 뮤지컬계에는 낯선 이름인 김수하는 아직 단국대에 재학 중인 학생이다. 학교 공연을 제외하고는 국내 뮤지컬에 출연한 적도 없는 신인으로 웨스트엔드 ‘미스 사이공’이 배우로서 데뷔 무대다. 지난 3월 ‘미스 사이공’ 제작사인 카메론 매킨토시 프로덕션 오디션에 뽑히면서 휴학하고 영국으로 갔다. 지난 5월부터 ‘미스 사이공’에 앙상블로 출연 중인 그는 킴의 언더스터디(주역 배우가 무대에 서지 못할 때 투입되는 배우)로 연습하다가 한 달 만에 주역으로 출연할 기회를 잡았다.
그는 “이렇게 빨리 주역을 맡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지만 열심히 준비하는 제 모습을 주변에서 좋게 봐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제가 의사소통을 완벽하게 못하고 있어서 답답한 점도 있지만 함께 출연 중인 배우들이나 스태프들이 친구처럼 이해하고 도와줘서 잘 해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가 이번에 킴 역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앞으로도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25주년을 기념해 새롭게 만들어진 웨스트엔드 ‘미스 사이공’은 한국의 뮤지컬 배우 홍광호가 킴의 정혼자 투이 역으로 캐스팅돼 화제를 모았었다. 그리고 올해 카메론 매킨토시 프로덕션이 일부 배우를 교체할 때 한국 배우 조상웅이 홍광호의 뒤를 이어 투이로 캐스팅되는 한편 김수하가 킴의 언더스터디로 캐스팅됐다(국민일보 4월 20일자, 5월 18일자 단독 보도).
한국에서 뮤지컬 배우 양준모와 음악감독 맹성연 부부의 지도를 받은 김수하는 “두 분 선생님께서 제게 국내보다 해외 활동을 추천해 주셨는데, 마침 카메론 매킨토시 프로덕션이 세계적으로 킴을 찾고 있어서 제게 기회가 왔다”면서 “오디션을 앞두고 음악과 연기 등 세세한 부분까지 지도해주신 두 분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부모님과 뮤지컬을 본 이후 뮤지컬 배우의 꿈을 키웠다는 김수하는 “제게 웨스트엔드는 너무나 멀리 있는 꿈이었는데, 이곳에서 연기하고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하다”면서 “무대에 설 때마다 내 안의 꿈이 점점 더 커지는 게 느껴진다. 앞으로 브로드웨이에도 서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단독] 한국인 첫 웨스트엔드 뮤지컬 주역 탄생… ‘미스 사이공’ 출연 중인 김수하 여주인공 킴으로 무대
입력 2015-06-01 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