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원빈과 이나영이 30일 강원도 정선에서 올린 작은 결혼식은 신선한 충격이다. 이 커플은 양가 친척 50여명만 초대한 가운데 이름 없는 밀밭 오솔길에서 결혼식을 올렸다고 소속사인 이든나인은 밝혔다. 예식 후에는 초원 위에 가마솥을 걸고 참석자들이 따뜻한 국수를 나누어 먹었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허례허식 경쟁이 하루아침에 없어지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처럼 유명인사들부터 검소한 결혼식을 실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에는 소규모 결혼식을 치르는 연예인이 늘고 있다. 이효리·이상순 커플은 2013년 제주도 신혼집에서 가족과 절친한 지인 30여명만 초대해 ‘하우스 웨딩’을 올렸다. 김무열·윤승아 커플은 4월 4일 경기도 남양주의 한 예식장에서 소박한 결혼식을 올렸다. 방송인 김나영은 4월 27일 제주도에서 비공개 결혼식을 치렀다. 유명인사들의 소비 행태와 삶의 태도는 대중들에게 전파력이 강하다는 점에서 이들의 솔선수범은 결혼식 거품 빼기를 앞당길 수 있다.
결혼은 각각 다른 환경에서 자란 남녀가 사랑으로 만나 험한 인생길을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동행하겠노라고 약속하는 신성한 의식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물질만능 풍조가 확산되면서 결혼식이 부를 과시하고 지위를 뽐내는 ‘경연장’으로 변질돼 버렸다. 혼수 때문에 결혼이 깨지는 경우도 많고, 비용부담 때문에도 결혼을 포기하거나 미루는 젊은이들이 부지기수다.
결혼은 형식이 중요한 게 아니다. 사랑과 믿음을 부모와 친지들 앞에서 확인하는 것으로 족하다. 레드카펫 대신 흙을 밟고, 유명 디자이너가 만든 웨딩드레스 대신 직접 만들었을 것 같은 하얀 드레스를 입는 개성 연출이 오히려 더 소중하게 여겨진다. 원빈·이나영 커플처럼 소박하면서도 개성 있는 결혼식이 연예인뿐 아니라 정치인, 기업인 자녀들에게까지 널리 확산되기를 바란다.
[사설] 원빈·이나영 커플, ‘작은 결혼식’으로 더 빛났다
입력 2015-06-01 0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