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북의 비정치분야 교류협력 더 활성화되길

입력 2015-06-01 00:40
경색으로 치닫던 남북관계에 모처럼 교류의 물꼬가 트였다. 남북이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6개월 동안 고려 왕궁 터, 개성 만월대를 공동 발굴조사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우리 측 선발대 11명이 1일 방북한다. 이를 시작으로 국립문화재연구소, 남북역사학자협의회, 문화재청 관계자 등 총 80여명이 사업기간에 개성을 방문해 북측 전문인력과 함께 발굴조사를 실시한다고 한다.

2007년 대표적인 남북 사회문화 교류사업의 하나로 시작된 만월대 발굴사업은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으로 중단됐다가 지난해 7월 재개됐다. 당시엔 기간이 한 달도 채 안 됐으나 이번엔 6개월이나 돼 적지 않은 성과가 기대된다. 남북은 지난해 7월 개성 한옥 보존사업, 8월과 12월 우리민족 기록유산 남북공동 전시사업, 12월 평양 고구려 고분군 남북 공동발굴 조사사업 추진 방안을 논의하는 등 5·24조치에도 불구하고 문화 분야 교류를 지속해 왔다.

그리고 이달 2∼5일 몽골에서 열리는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장관회의는 경제 분야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척도가 될 전망이다. OSJD는 북한 중국 러시아와 동유럽 및 중앙아시아 28개국이 회원국으로 활동 중이며, 정부가 추진 중인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중국 횡단철도(TCR)를 통해 유럽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국제기구다. 북한이 지난 4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OSJD 사장단회의에서 한국의 가입을 묵인함으로써 우리가 OSJD 정회원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나 다름없다. 또 7월 개막하는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에 선수단을 파견키로 하는 등 북한이 경제, 문화, 스포츠 등 비정치 분야 교류에 거부감을 보이지 않는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정치·군사 분야는 완전 딴판이다. 대남 비난 수위는 갈수록 도를 더해가고 있고, 이미 양측 간에 양해가 이뤄진 6·15 남북 공동행사와 이희호 여사 방북에 대해서도 가타부타 대답을 않고 있다. 자신에게 득이 되는 교류만 하겠다는 속셈이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북한을 당국 간 대화의 테이블로 나오게 해야 한다. 민간 부문부터 교류를 활성화해 이런 분위기가 당국 간 대화로 이어지도록 정부와 민간단체의 유기적인 협조체제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