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화제작은 단연 영화 ‘간신’(감독 민규동, 주연 김강우 주지훈 이유영)이다. 더불어 올해 가장 문제적 여배우로 이유영을 꼽는 것에 결코 주저함이 없다. 조선왕조실록 연산 63권 12년. 실록에 따르면 시녀 및 공, 사천과 양가의 딸을 가리지 않고 뽑아 들였다. 그 수효가 1만명에 이른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인구가 450만명으로 추정되니 1만명은 어마어마한 수치다. 채홍사들이 왕의 권력을 나눠 쥐고 군림했다. 영화 ‘간신’은 연산군과 채홍사들을 둘러싼 권력과 암투, 채홍의 관계를 정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간신들의 일그러진 역사와 연산군의 폭정을 담은 충격적 장면, 1만 미녀들이 색(色)을 수련하는 모습과 정사장면들은 근래 볼 수 없었던 파격 그 자체였다.
권력의 유혹은 달콤하고 그 끝은 참혹했다. 영화 속 설중매 역의 이유영은 통한의 역사 속에서 자신의 아름다운 몸이 권력가로 살아갈 수 있는 지름길이라 믿었다. 이유영의 깊고 넓은 외연은 스크린을 압도한다. 그 당당함이 외설적이거나 추해 보이지 않았다. 시대의 슬픔을 묻어나게 했다.
민규동 감독은 말했다. 이유영은 색을 과시하는 배우가 아니다. 품위 있는 관능미가 있다.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는 오묘한 눈동자의 매력에 반할 만한 배우다. 강인한 부드러움과 쾌활한 서글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이중성을 가진 배우다. 이유영의 전작 영화 ‘봄’(감독 조근현)을 보고 난 뒤에야 설중매라는 작은 그릇에 담기엔 아까운 배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미안함과 고마움이 교차했다고 한다.
이유영이 현재의 소속사 대표를 만난 건 2013년이다. 신인 배우 이유영의 당당한 행보를 지켜보는 일은 유쾌할 것만 같다. 당시 이렇다 할 이력도 없던 이유영이 면접 도중 소속사 대표에게 던진 말이다. “대표님, 왜 제 눈을 똑바로 안 쳐다보시나요?”
강태규(대중문화평론가·강동대 교수)
[문화공방] (5) 영화 ‘간신’- 문제적 배우 이유영
입력 2015-06-01 00:10 수정 2015-06-01 0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