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공이 총알이라면 방망이는 총이다. 다른 구기 종목과 달리 야구는 공과 함께 방망이도 점수를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겉으로 보면 똑같아 보이는 방망이도 길이나 둘레 등이 조금씩 다르다. 세밀한 차이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프로선수들은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정에 따라 자신의 체형과 스윙 스타일에 맞춰 방망이를 주문하고 있다.
배트 제조업체 관계자는 “방망이를 깎는 데 매뉴얼이 1000여 개가 넘을 정도”라고 했다.
이러다 보니 방망이도 꾸준히 변화, 발전하고 있다. 최근 프로야구 선수들이 선호하는 방망이 재질은 단풍나무다. 반발력이 좋다 보니 프로야구의 ‘타고투저’ 경향이 단풍나무 방망이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단풍나무 방망이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배리 본즈 때문에 유명세를 탔다. 2001년 한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을 작성할 때 단풍나무 방망이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방망이 제작업체들은 단풍나무를 수입해 제작에 나섰다. 이후 반발력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선수들도 단풍나무 방망이로 교체했다. 그 전까지 국내 선수들이 사용한 건 물푸레나무 방망이였다. 무게가 850g에서 1㎏ 정도로 가벼운 데다 재질 자체가 단단하고 탄성이 좋아 힘들이지 않고도 원하는 방향으로 멀리 날아간다는 게 장점이다. 현재까지도 LG 트윈스 박용택이나 두산 베어스 홍성흔이 물푸레나무 방망이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수들에게 재질만큼 중요한 게 무게다. 이승엽이 2003년 당시 아시아 신기록인 56홈런을 때려낼 때 사용한 방망이는 1㎏에 달했다. 홈런타자 치고 몸무게가 적었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메이저리그 전설적인 강타자 베이브 루스도 1.5㎏가 넘는 무겁고 단단한 히코리 나무 방망이를 사용했다.
방망이 색깔을 보는 재미도 있다. KBO가 허용하는 방망이 색깔은 담황색, 다갈색, 검정색 등 세 종류다. 이승엽은 2000년대 초반 강하게 보이기 위해 검정색 방망이를 사용했고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는 원목 그대로의 느낌을 좋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방망이가 경기력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치자 부정 배트 의혹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지난 해 KBO는 ‘핸드볼 스코어’ 경기가 속출하면서 불시에 방망이 검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공의 비거리를 늘리거나 반발력이 생기도록 방망이 속에 이물질을 끼우거나 파라핀 왁스를 칠하는 등의 개조 가공 여부를 체크했다.
서윤경 기자
타자들의 병기 ‘배트’ 살펴보니… 방망이 재질 단풍나무 인기, 이승엽 56홈런 땐 1㎏짜리 사용
입력 2015-06-02 0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