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 선교·복지 사역 본격 나서는 손성호 목사 “설립 70주년, 교회 문 과감히 열고 낮은 곳 섬길 것”

입력 2015-06-01 00:58
손성호 초동교회 6대 담임목사가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에 위치한 교회 예배당에서 “올해는 창립 70주년을 맞아 쪽방촌 주민, 탈북민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강민석 선임기자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 초동교회는 돈의동 쪽방촌 한복판에 있다. 교회 입구를 나와 맞은편을 바라보면 좁은 골목에 작은 방들이 다닥다닥 붙은 쪽방촌 풍경이 펼쳐진다. 교회 뒤쪽으로는 ‘게이 바’와 모텔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다.

“교회 앞 골목 쪽방촌에 700여명이 삽니다. 노숙자가 되기 직전의 사람들이 하루에 2500원 내고 묵는 곳이죠. 교회 뒤쪽에는 동성애자들이 찾는 가게가 몰려 있고요. 저는 매일 주님께 묻습니다. 민중 가운데서도 가장 밑바닥, 소외된 곳에 십자가를 세우신 이유를요.”

2012년 초동교회 6대 담임목사로 부임한 손성호(43) 목사의 이야기다. 초동교회는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아 쪽방촌 선교, 북한이탈주민과 미자립교회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손 목사는 지난 29일 “설립 70주년을 맞는 올해는 과감하게 교회 문을 열고 낮은 곳에 있는 이들을 적극 섬기려 한다”며 “올해를 원년으로 사회적 약자와 미자립교회에 희망을 전하는 교회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초동교회는 1945년 서울 을지로에 설립된 ‘해방둥이’ 교회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소속으로 박목월 황금찬 시인 등 문화계 인사들이 많이 다닌 교회로도 유명하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초대 총장이자 건국대 총장, 한신대 학장을 역임한 정대위 목사, 기장 총회장과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이사장을 맡은 조향록 목사가 각각 2·3대 담임목사를 지내 교단 안팎에서 위상이 높았다.

초동교회가 지금의 자리로 온 건 1972년이다. 교회가 새로이 둥지를 튼 종로3가에는 당시 ‘종삼’이란 집창촌이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이때 교회 담임목사로서 교회 신축을 맡은 조향록 목사는 성매매 여성이나 건달들도 부담 없이 교회를 찾을 수 있도록 건물에 ‘다목적 선교센터’란 이름을 붙였다. 교회 안에 이들을 위한 목욕탕과 다방도 만들려 했지만 당국의 허가를 받지 못해 포기해야 했다. 당시로선 상당히 파격적인 시도였다.

종로에 터를 잡은 뒤 강산이 네 번 바뀔 정도로 시간이 흘렀지만 교회 근처엔 지금도 사회적 약자들이 많다. “40여년이 지났지만 놀랍게도 교회 옆엔 여전히 어려운 사람이 많습니다. 꾸준히 민중의 곁을 지키려고 노력했지만 부끄럽게도 완전히 그들 속으로 들어가진 못했어요. 급속한 사회변화를 쫓기에 바빴지요. 이는 우리뿐 아니라 한국교회도 함께 마주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위기의 시대일수록 교회는 사회적 약자를 돌봐야 한다’는 손 목사의 생각은 ‘창립 70주년 목회비전’에도 잘 드러나 있다. 교회는 5개 목회비전 중 하나를 ‘나누고 섬기며, 선교하는 교회’로 정하고 쪽방촌과 주변 상가를 섬기며 선교하는 일에 힘쓰기로 했다. 또 열악한 환경에서 봉사하는 교단의 미자립교회 25곳을 선정해 후원키로 했다. 북한이탈주민, 미혼모, 소규모 창업자 등 사회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에게 장학금과 사무공간을 지원하는 일도 계획하고 있다.

“30년 후 ‘창립 100주년’을 맞을 쯤에는 초동교회가 교단 안에서는 심장, 지역에서는 ‘허브’ 역할을 하는 교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심장이 피를 쏟아내 생명을 유지하게 하듯 우리가 교단의 미자립교회 사역을 후원하고, 소외 이웃이나 이들을 돕는 단체를 지원해 교회와 지역을 살리자는 의미에서요. 교회가 절망 위에 선 이들의 최후 보루가 되는 그날까지 지역사회의 공공재 역할을 수행하도록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