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손병호] 40대 지도자들

입력 2015-06-01 00:10

2008년 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대선에서 당선됐을 때 47세였다. 당시 물러나는 대통령 조지 W 부시는 62세였다. 데이비드 캐머런은 2010년 44세 때 영국 총리가 됐다. 캐머런은 39세 때 100년 역사의 보수당 대표가 됐다. 올해 49세인 캐머런은 지난달 총선에서도 승리해 다시 5년 임기를 이어가게 됐다. 2010년 총선에서 패배한 노동당은 당시 41세의 에드 밀리밴드를 당 대표로 선출했다. 독일도 2005년 당시 51세인 앙겔라 메르켈이 총리가 됐고, 이듬해 일본에서는 52세의 아베 신조가 리더가 됐다.

오랜 경제 침체와 금융 위기 여파 등으로 어수선했던 선진국 유권자들은 이렇듯 젊은 지도자를 선택해 나라를 맡겼다.

최근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유럽 국가들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구제금융 위기에 몰린 그리스는 지난 1월 40세의 알렉시스 치프라스를 총리로 선출했다. 역시 경제가 망가진 스페인에서는 요즘 좌파 정당 포데모스를 이끄는 36세의 파블로 이글레시아스가 스페인 정치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달 24일 폴란드 대선에서는 법과정의당(PiS)의 안제이 두다(43) 후보가 재선을 노리던 시민강령(PO) 브로니스와프 코모로프스키(63) 현 대통령을 누르고 역대 최연소 대통령이 됐다.

이러한 글로벌 추세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세계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또 변화의 속도도 이전보다 훨씬 빨라지고 있다. 점점 격해지는 외교 전장에선 전략 못지않게 강철 체력도 요구되고 있다.

유권자들은 젊은 리더십에서 ‘역동성’과 ‘변화에의 능동적 대처’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또 화려한 수사의 ‘비전’보다 ‘젊음’ 그 자체가 유권자들의 신뢰를 더 이끌어내곤 한다. 아울러 모든 게 다 공개되고, 많은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여론을 형성하고 곧바로 정치에 반영되는 현실에서는 더 이상 ‘경륜’이 큰 무기가 되기는 어려운 시절인 것 같다.

손병호 차장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