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한’ 가공식품들… 치아 건강엔 毒

입력 2015-06-02 02:41
서울대학교치과병원 치주과 김성태 교수가 과도한 당분 섭취로 충치가 생기고 급기야 잇몸까지 염증이 번진 한 중년 여성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더운 여름철에 즐겨 찾지만 충치, 치주염 등 치아건강에 안 좋은 탄산음료. 서울대학교치과병원 제공
더위가 일찍 찾아온 탓인지 커피와 탄산음료 등 가공식품 소비가 늘면서 한국인 치아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커피, 탄산음료, 빵과 과자류 등 가공식품은 당(糖) 섭취를 필요 이상으로 증가시켜 생활습관병을 유발하는 주범이다. 충치, 치주염 등 치아건강에도 악영향을 주는 고위험인자로 꼽힌다.

충치를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당분섭취와 커피, 탄산음료 등 충치를 유발하는 음식부터 줄여야 한다. 아울러 당도가 높은 음식을 먹었을 때는 즉시 양치질을 꼼꼼히 해야 한다는 게 치과 의사들의 조언이다.

서울대학교 치과병원 치주과 김성태 교수는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나 과일은 입 안에서 빗자루 역할을 해 충치 발생을 억제한다”며 “하지만 과일도 다른 음식과 마찬가지로 먹은 후에 양치질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커피를 마실 때는 캬라멜마끼야또 같이 당분이 지나치게 많은 제품은 가급적 삼가고, 맛을 낸다고 시럽을 듬뿍 넣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물론 커피를 마신 직후에는 물로 입을 헹궈주도록 한다. 치아 색깔이 변하는 착색과 입안에 당분이 들러붙어 쌓이는 것을 막는데 도움이 된다. 양치질을 할 때는 씹는 면, 치아 인접 면을 더 꼼꼼히 닦아야 한다.

여름이 오면 치과를 찾는 충치 환자가 눈에 띄게 늘어난다. 더위를 식힌다고 콜라,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와 당도 높은 빙과류를 자주 먹는 탓이다.

입 안에는 무수히 많은 세균이 서식한다. 그 중 뮤탄스균은 입 안의 당분을 먹고 소화시킨 후 산(酸·액시드)을 배설한다. 치아의 맨 바깥쪽 단단한 부분인 법랑질은 우리 몸에서 가장 단단한 조직이지만 유독 산 성분에 약하다. 당분을 먹고 번식하는 뮤탄스균이 뱉은 산 성분이 법랑질을 녹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병이 바로 충치다.

충치는 단 것을 즐기는 어린이에게 흔한 병이어서 성인이 되면 잘 생기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충치는 성인이 치아를 잃게 되는 주요 원인이라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성인 충치는 치료하기가 까다로운 부위에 많이 발생해 더 주의해야 한다. 성인 충치는 치아 사이나 치아 뿌리 또는 수복물이나 보철물 속에 생겨 육안으로 확인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충치가 생겼는지 모르고 방치하다가 귀중한 치아를 잃기도 쉽다.

특히 신경치료 후 보철물을 치아에 씌워놓은 경우, 충치가 생겨도 보철물에 가려 이가 시리거나 아픈 통증을 느끼지 못하기 일쑤이므로 조심해야 한다. 자칫 발견이 늦어져 염증이 잇몸까지 번지고 치아주변 조직이나 인접 치아를 손상시키면 잇몸치료와 함께 멀쩡했던 인접치아까지 빼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여름철 구강건강, 특히 충치 예방을 위해서는 가급적 달달한 식음료를 피하고, 칫솔질과 더불어 치실이나 치간칫솔 또는 치간세정기를 이용해 평소보다 꼼꼼하게 치아와 잇몸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보철물을 한 치아를 세심하게 관리하고 치과를 정기적으로 방문해 치료를 필요로 하는 치아가 있는지 체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입에서 냄새가 나고 차가운, 또는 뜨거운 음식 섭취 시 통증이 있거나 음식물을 씹을 때 불편감이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충치 또는 잇몸질환 때문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가능한 한 빨리 치과를 찾아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