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가고시마 분화 이어 알래스카서 규모 7.0 강진… 환태평양 ‘불의 고리’ 연쇄적 지각변동에 촉각

입력 2015-05-30 02:38

일본 가고시마현 남쪽에 위치한 섬인 구치노에라부지마의 신다케산 정상에서 29일 오전 9시59분 폭발성 분화가 발생했다고 NHK 방송과 교도통신 등이 보도했다. 일본과 함께 환태평양의 화산과 지진이 잦은 ‘불의 고리’에 위치한 미국 알래스카에서도 이날 규모 7.0의 지진이 발생해 이 일대의 지각 변동이 연쇄적 현상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다케산은 폭발과 함께 용암과 바위 등이 뒤섞인 화쇄류(火碎流)까지 발생, 해안 부근까지 도달했다. 화산에 의한 연기와 재가 9000m 높이까지 치솟았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현지 주민은 NHK와의 인터뷰에서 “엄청난 굉음과 함께 폭발했고 금세 하늘이 시커멓게 변했다”면서 “이산화황 냄새도 지독했다”고 말했다.

일본 기상청은 즉각 분화경보를 발령하고 분화경계 레벨을 3(입산규제)에서 주민 피난이 필요한 5로 격상했다. 이에 따라 주민 79가구와 일시 체류자를 포함해 141명이 섬 밖으로 대피했다. 가고시마현 당국은 72세 남성 한 명이 화쇄류에 의해 전체 피부 면적의 3%정도의 화상을 입었을 뿐 다른 사상자 정보는 들어온 게 없다고 밝혔다.

일본 기상청이 분화경보를 발령한 것은 2007년 12월 분화경계의 단계가 도입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도쿄대 세쓰야 나카다 교수는 “이번 분화가 지난해 9월 나가노현 온타케산 분화 때보다 더 강하다”고 분석했다.

구치노에라부지마는 가고시마현 남쪽의 야쿠시마섬에서 서쪽으로 12㎞ 떨어진 38㎢ 크기의 섬이다. 구치노에라부지마에서는 1980년 9월과 지난해 8월에도 분화가 발생해 주민들이 섬 밖으로 대피했었다. 올해 4월에는 이산화황 배출량이 하루에 900∼2600t에 달했다. 일본 기상청은 분화 가능성에 대비, 현지에 기동대원을 파견해 왔다.

일본 정부는 총리 관저의 위기관리센터에 대책실을 설치했고, 해상보안청은 대형 순시선을 파견했다. 가고시마현은 자위대에 재해 파견을 요청했다.

태평양 ‘불의 고리’에 포함된 대표적인 나라인 일본은 전 세계 활화산의 7%에 해당하는 110개 활화산이 있다. 특히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이후 화산 활동이 더 활발해졌다. 20세기 이후 일본에서 규모 9.0 이상을 기록한 지진은 동일본대지진을 포함해 모두 6차례였고, 이 가운데 5차례는 지진이 발생한 이후 3년 이내에 화산이 분화했다.

가장 최근 눈에 띄는 분화는 지난해 9월 27일 온타케산이 폭발했을 때다. 당시 57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됐다. 가고시마현 가고시마시의 활화산 사쿠라지마에서도 2013년 8월 연기가 5000m까지 오르는 분화가 발생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오가사와라제도 니시노시마에서 해저화산 폭발로 인해 직경 약 200m, 해발 약 20m의 새로운 육지가 생겨났다.

아울러 도쿄 인근 온천지대인 가나가와현 하코네산에서는 지난달 하순 이후 화산성 지진이 탐지돼 지난 6일 화산분화 경계 수준이 평시 1에서 2로 격상됐다. 일부 학자들은 후지산의 분화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미국의 지진은 알래스카 남서부 우가시크에서 남동쪽으로 104㎞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다. 진원이 71.7㎞로 깊었고, 사람이 살지 않는 오지여서 피해 보고는 없었다. 하지만 지진 발생 지역이 ‘불의 고리’에 걸친 지역이어서 현지 당국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