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부패 스캔들] IOC도 압박… 블래터 위상 흔들

입력 2015-05-30 02:20
부패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5선 도전을 포기하지 않은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28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FIFA 연차총회에서 부인 린다 바라스와 함께 앉아 있다(위쪽 사진). 같은 시각 회의장 밖에서는 국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블래터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AP로이터연합뉴스

“내가 개개인의 (나쁜) 행동을 감시할 수 없고, 그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질 수도 없다. 그들이 나쁜 사람들이라는 평가를 받아도 나와는 관련이 없는 일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제프 블래터 회장이 28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제65차 FIFA 연차총회 개막 연설에서 한 말이다. 하지만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FIFA의 부패 스캔들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그는 유체이탈 화법으로 자신에게 쏟아지는 공격을 피하려 했지만 오히려 비난의 화살은 더욱 거세게 쏟아지고 있다. ‘세계 축구 대통령’에서 ‘FIFA 마피아의 보스’로 전락한 블래터의 입지가 급속도로 좁아지고 있고 동시에 FIFA 위상은 추락 중이다. FIFA에 투명성 강화를 촉구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블래터는 유럽축구연맹(UEFA)의 반발에 부딪히며 영향력이 크게 약화되는 양상이다. 1998년 선거 때 블래터를 도왔던 미셸 플라티니 UEFA 회장마저 개막 연설에서 “블래터는 당장 회장직에서 내려와야 한다”며 “UEFA 가맹국은 알리 빈 후세인 요르단 왕자(요르단축구협회장)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FIFA 명예부회장인 정몽준 전 의원도 보도자료에서 “축구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블래터 회장이 사임하는 것뿐이다. 실망스럽게도 FIFA는 세계에서 가장 불신받는 단체 중 하나가 됐다”고 주장했다.

UEFA와 미국축구협회, 캐나다축구협회, 호주축구협회 등은 이번 FIFA 회장 선거에서 알리 왕자를 지지했다. 하지만 아시아축구연맹(AFC)과 아프리카축구연맹(CAF), 남미축구협회(CONMEBOL) 등은 블래터를 밀어 줬다. 과반수 지지를 확보했다고 판단한 블래터는 사퇴 요구를 거부했다. 부패의 원흉으로 지목된 블래터의 5선을 막기 위해 UEFA가 미국의 힘을 빌려 총력전을 펼치면서 세계 축구계는 ‘유럽 대 비유럽’으로 분열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FIFA에 따끔한 일침을 놓았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FIFA는 의혹을 해결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하고 수사 당국과 협력을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IOC는 지난달 초 바흐 위원장을 비롯한 IOC 위원들의 수당과 활동비를 모두 공개했다. IOC의 이 같은 움직임은 블래터와 FIFA에 큰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