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령 수정권’ 충돌-청와대 “삼권분립 위배” 반발 배경·파장] 입법권이 행정권 지배?… 靑 격앙

입력 2015-05-30 02:50

청와대는 여야가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회 수정·변경 권한을 강화시킨 법안까지 함께 통과시킨 데 대해 격앙된 분위기를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는 29일 오전 별도의 공식 입장 발표를 통해 여야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했다.

◇청와대 “연금 개혁과 국회법이 무슨 연관 있나”=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브리핑에서 “정치권은 본질에서 벗어나 처음에는 국민연금을 연계시키더니 법인세 인상, 장관 해임건의안, 나중에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문제까지 연계시켜 국회법 개정까지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것은 국민 부담을 줄인다는 본래 취지에서 크게 동떨어진 것이고 민생을 외면한 것”이라며 “국회법 개정을 강행한 이유가 공무원연금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김 수석은 또 “현재 국민과 국가 재정이 어려운 이 시점에 정파적 이익을 논의하는 것은 있을 수 없고, 국민에게 실망과 고통을 주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청와대 내부적으론 특히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과정에서 새누리당이 야당에 계속 끌려다니면서 사실상 백기투항한 것 아니냐는 기류도 읽힌다. ‘끼워넣기식’으로 무리한 요구를 계속하는 야당에 결국 행정부의 입법 기능까지 심각하게 위축시킬 카드까지 내줬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략에 여당이 말려들었다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 위헌소지·국정자율성 침해 강조=청와대의 강공 배경에는 박근혜정부의 첫 개혁과제인 공무원연금 개혁을 처리하는데 오히려 국회가 국정운영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줬다는 위기의식도 반영됐다. 행정입법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각종 입법이 계속 지연되는 속에서도 그나마 정책효과를 거두는 수단의 하나로 활용돼 왔다. 그런데 이런 정부의 행정입법권에 대해 국회가 다시 수정 또는 변경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정부 고유 권한인 행정입법을 국회가 다시 통제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헌법의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난다는 의미다. 한 인사는 “정부의 손발을 국회가 묶어버리는 상황 아니냐”고 말했다.

◇대통령 법률 거부권 가능성은=청와대는 이런 국회법 개정안이 법률로 확정될 경우 국정운영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는 만큼 대응책을 검토 중이다.

우선 국회의 입법권을 견제하는 대표적 방법인 대통령의 법률 거부권이 있다. 그러나 정치적 부담 역시 만만치 않아 쉽게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 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 재의결을 하면 법률로 확정된다. 이번 국회법 개정안의 경우 이미 재적의원 3분의 2를 훌쩍 넘은 211명이 찬성한 상태다. 역대 대통령이 법률 거부권을 행사한 경우는 모두 72건으로, 가장 최근에는 2013년 1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법(일명 택시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일각에선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 청구 가능성도 제기한다. 이것은 국가기관끼리 헌법·법률상 권한 및 의무에 대해 다툼이 있을 경우 심판하는 제도지만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문제가 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