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를 제외한 ‘성완종 리스트’ 6인에게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이 29일 서면질의서·자료제출요청서를 일괄 발송했다. 소환이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대신 서면조사가 이뤄지자 지난달 13일 시작된 특별수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수사팀이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로비와 관련한 비밀장부가 없다는 최종 판단을 내린 것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싣는다.
하지만 수사팀은 의혹 실체 규명 작업이 나름대로의 일정에 따라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수사팀은 이날 2012년 제18대 대통령선거 당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에 대해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소환을 통보했다. 수사팀은 서산장학재단 압수수색 결과를 토대로 2가지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분석 중이기도 하다.
◇6인 서면질의의 의미=수사팀의 서면질의서를 받는 이들은 성 전 회장의 ‘금품메모’에 등장한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 김기춘·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이다. 이 실장을 제외하면 불법 정치자금 전달을 암시하는 금품 액수와 일부 날짜까지 병기돼 있다. 이들 모두는 메모 발견 직후 성 전 회장의 금품로비 의혹을 부인했다.
수사팀은 이들에게 우편을 일괄 발송해 성 전 회장과 만났는지, 어떤 목적으로 만났는지, 메모에 적힌 내용에 부합하는 금품 거래는 없었는지 등을 질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면질의의 답변을 뒷받침할 자료가 있으면 제출토록 요구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서면답변과 자료를 받아본 뒤 추가 조사 여부 및 조사 방법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번 증거 확보의 적기를 고민하고 피의자를 불러서도 좀체 의도를 숨기던 수사팀임을 감안하면 서면질의는 사실상의 수사 마무리 수순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광범위한 자료로 세밀한 행적 복원을 시도했지만 금품이 오간 구체적 정황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관측된다. 그간의 검찰 수사에서 의혹 당사자가 강제수사 없이 서면조사를 받으면 통상 증거 불충분의 의미로 받아들여져 왔다. 수사팀은 이날 “상상 가능한 모든 장소를 확인했지만, 비밀장부 등의 자료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기도 했다.
◇과연 마무리인가=하지만 특별수사가 마무리 국면으로 들어섰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분명히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서면조사는 단계가 아닌 기법으로 이해해 달라”며 “수사팀의 관심은 출구가 아니고 본건 의혹의 실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수사팀은 시점과 동선, 자금의 3요소가 일치되는 지점이 있는지 살피는 과정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서산장학재단에서 압수한 회계자료를 토대로 의심스러운 2가지 자금 흐름을 발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용처가 불분명한 자금 흐름은 2012년 대선 시기를 전후해 발생했고, 액수는 17억원에 가까운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이날 새누리당 선대위 관계자 김모씨의 자택 등 2∼3곳을 압수수색하고 김씨에게 소환을 통보했다. 압수수색 대상처에는 수사팀이 새로 파악한 유의미한 장소가 포함돼 있다. 제18대 대선자금 관련 수사로 특별수사가 뻗어나갈 ‘키맨’으로 관심을 끌었던 김씨는 소환에 불응하다 오후 7시를 넘어 출석했다. 한장섭(50) 전 경남기업 부사장은 “2012년 대선 당시 성 전 회장의 지시로 새누리당 선대위 관계자인 김씨에게 2억원을 전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성완종 리스트’ 6인에 서면 질의… 요란한 수사, 조용한 매듭?
입력 2015-05-30 02:09